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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편집권 침해·모기업 바람막이…

'오욕의 역사 10년을 말한다'

박주선 기자  2001.11.03 11: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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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 기자들은 지난 10년을 오욕의 역사라고 반성한다. 사주의 일상적인 편집권 침해와 모기업 바람막이로 이용됐던 지면. 모기업 보호를 위해 국세청, 검찰, 경찰, 시도청, 백화점, 건설회사 등은 기자들에게 성역으로 존재했다.

최근 몇년간 기자들이 겪었던 편집권 침해 사례를 일부 소개한다. 한 기자는 “편집권 독립과 사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절감했다”면서 아래 첫 사례를 노조특보(사진)에 고백했다. 노조는 지난달말 백서발간팀을 구성하고, 이같은 사례들을 모아 백서를 만들 계획이다.





특종 취재하고 타사 기자에 제보



기자는 모 교도소에 갓 전입한 신입 교도대원이 집단구타를 당해 정신이상증세를 일으켰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했다. 제보를 받은 즉시 데스크에 보고해 자세히 취재하라는 지시까지 받고 일주일간 신입 교도대원의 가족, 여자친구 등을 만나고 교도소와 병원을 오가면서 기사를 썼다. 그러나 편집국장은 출고된 기사를 갖고 사장을 만나고 온 뒤 “특종이지만 신문에 실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는 법무부 산하기관의 비판 기사는 회사 사정상 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타사 기자에게 제보를 하고 뒤늦게 취재에 나선 타사에서는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교도소 관련 기사가 빠진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교도소에서 재소자가 수감 며칠만에 사망했던 사건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누락됐다.





신세계백화점 식중독 기사 누락



광주에서 큰 백화점 중 하나인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한 김밥을 먹고 몇 사람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 방송과 신문들은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광주매일에는 단 한줄의 기사도 실리지 않았다. 당시 취재를 했던 사회부 기자들은 이에 항의하며 집단적으로 출근 거부투쟁을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의도적 기사 키우기



사주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모 건설회사에 청부폭력사건이 벌어졌다.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건설회사와 대표이사 등에 대해 익명 처리를 했다. 그러나 기사 출고 후 사장의 지시로 데스크 선에서 기사는 실명으로 바뀌었고 기사 크기도 당초보다 커졌다. 취재기자가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했지만 회사는 기자에게 책임을 물어 반발을 사기도 했다.





모기업 관련 기사 누락



금광기업이 시행중인 지하철 공사 도중 안전사고로 인해 한 사람이사망했다. 송원학원의 스쿨버스가 운행도중 사고가 난 일도 있었다. 두 사건 모두 타사에서는 주요하게 보도됐지만 광주매일에서는 볼 수 없었다.





송원학원 관련 보도로 내부 징계



송원학원의 모 직원이 도박 사건에 연루돼 사회부 기자가 이를 취재해 보도했다. 기사 누락은 없었지만 당시 담당기자는 일주일 가량 출입처 출입 정지라는 내부징계를 받았다.





사주 일가 행사에 기자 동원



고제철 회장의 칠순 잔치에 사진 기자 두 명이 행사 내내 사진 촬영을 맡았다. 행사 후 기자들은 이날 찍은 사진으로 개인앨범까지 제작했다. 이외에도 고 회장이 참석하는 동창회부터 사소한 행사에 기자들이 자주 수행을 했다. 사주 일가의 동정 기사도 자주 실렸다. 또 사주 관련 기사는 교열만 서너번 이상을 보기 일쑤였다. 고제철 회장의 한자 이름에 오기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