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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통령 지방순시 특별편성

부산·창원 KBS 지부 성명"의례적 업무보고 녹화중계감인가" 비판 높아

서정은 기자  2001.11.10 11: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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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실시되는 대통령 지방순시를 매번 특별 편성하는 방송사의 해묵은 관행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어 방송의 공영성과 편성의 자율성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부산KBS와 창원KBS는 지난달 30일과 31일 각각 대통령 지방행차를 30분간 특별편성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달 30일과 31일 각각 부산시와 경상남도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지시사항 등을 전달한 지방행차를 각각 녹화중계해 정규방송을 자르고 특집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KBS 부산지부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 관련 특별 편성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지부는 “해마다 판박이처럼 열리는 대통령 지방순시가 특별 편성해 중계방송할 만큼 뉴스 가치가 있느냐”며 “특별한 뉴스가 있다면 청와대 출입기자가 전국 뉴스로 보도하거나 자체 로컬뉴스에서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지부는 또 “지방자치단체장의 생색내기용 예산지원요청, 대통령의 ‘적극 지원하겠다’는 천편일률적인 답변뿐인 업무보고를 녹화중계하는 것은 KBS가 정권과 시정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며 KBS가 추구하는 공영성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KBS 창원지부도 30일 성명을 내고 “KBS의 특집방송 편성은 지난 정권에서도 없었던, 알아서 기는 굴욕적인 태도”라며 “부산MBC와 마산MBC가 간부회의를 통해 중계방송을 하지 않겠다고 결의한 모습과 확연히 비교된다”고 말했다.

보도국 기자들도 대통령 업무보고를 현장 녹화 중계로 단순 전달할 게 아니라 제기된 현안을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를 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S 창원 보도국 한 기자는 “이번 대통령 업무보고에 특별한 현안이 없어서 스케치 기사를 포함해 겨우 두꼭지를 만들었다”며 “별다른 내용이 없는데도 정규방송을 자르고 특집방송까지 하는 것은 KBS가 여전히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S 김지문 편성부장은 “대통령이 1년에 한번씩 지방을 순시할 때 해당 지역국에서 자체 판단으로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보도하고 20분 가량 키워서 편성하겠다고 요청한다. 이같은 특집방송은 과거에도 있었던 것”이라며 “대통령의 업무보고는 당연히 그 지역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는데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