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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하다고 믿을 사유 있으면 국가발표 인용 언론 책임 없다

포르말린보도 판결

박미영 기자  2001.1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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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국가기관인 검찰의 잘못된 보도자료를 인용, 보도했더라도 검찰의 발표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다면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안영률)는 7일 통조림에 유해물질인 포르말린을 첨가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 모씨 등 3명이 “사실과 다른 검찰의 수사발표와 언론사의 보도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와 11개 신문·방송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3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언론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검찰이 공식발표라는 형식을 취해 신뢰도가 높았던 점 ▷피의자가 구속돼 직접 취재가 어려웠다는 점 ▷검찰의 발표자료 이상 과장·윤색하지 않은 점 ▷국민 건강과 관련된 것으로 보도의 신속성을 요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검찰 발표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이상 공익을 위해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가에 대해서는 “서씨 등이 검찰 조사에서 포르말린 함유 여부를 몰랐고 이를 첨가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점, 검출량이 적은 점 등으로 미뤄 수사결과를 발표하기에는 조사와 확인이 부족했다”며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서 모씨 등 3명은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해 첨가물이 인체에 무해한 포름알데히드며 자연상태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무죄판결을 받자 KBS와 문화일보를 제외한 2개 방송사와 9개 신문사 및 국가를 상대로 총 37억5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국가기관이 발표한 내용은 무조건 보도해도 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명예훼손 사건의 면책사유로 인정되는, ‘공익성’과 ‘진실성’ 또는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성’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

이번 사건의 경우도 검찰이 기소단계에서 공식 수사발표를 한 점, 보도자료 이상의 과장 또는 윤색 보도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상당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가수 조덕배씨가 6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4월 언론사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내려졌으며, 지난 8월에는 검찰의 잘못된 보도자료를 언론사가 추가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보도해 특정인이피해를 봤다면 언론사와 국가의 배상책임은 3대 7이라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한 언론사 기자는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발표를 인용 보도하는 것까지 문제가 된다면 언론의 자유는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며 “언론계의 현실을 인정한 이번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기자는 “피의 사실 공표와 관련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언론사가 추가 확인 절차를 밟는 노력을 해야하고 특히 기소 이전에 영장청구 단계에서 기사화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