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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조폭' 물량경쟁 먹고 자란다

우리의주장  2001.11.10 1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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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에 3만∼4만원.

신문의 1년 정기구독료가 12만원인 점을 생각하면 이같은 확장수당은 분명 이상한 것이다. 신문시장이 정상이라면 이처럼 턱없는 확장수당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있었고 “돈 된다” 싶으니까 조직폭력배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쏟아지는 경기도 구리와 남양주시 아파트 단지들이 이들의 먹잇감이었다. 이들 ‘어깨’들은 신문사 지국들을 협박해 판촉권 계약을 강제로 맺었다. 수십년전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이삿짐을 날라주네 마네 승강이를 벌이던 불량배 수준이 아니라 ‘조직재건 자금’을 마련하려는 살인 전과자가 끼어있는 그야말로 ‘조직’이었다.

이들은 기존 신문판촉원들이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면 살해위협까지 가했다. 한 판촉원은 텔레비전에 나와 “무서워서 단지 안에 발을 들여놓을 수도 없었다”고 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신문구독을 권하며 조성했을 공포 분위기를 생각하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순진한 척 “조직폭력배들이 이런 경지까지”하며 놀라지는 말자. 2∼3개월 움직여 10억여원을 만질 수 있게 먹잇감을 키워놓은 것은 ‘인정사정 볼 것 없는’ 판촉전쟁이다.

영세한 지국들이 한부당 3만∼4만원씩 하는 판촉수당을 어디에서 충당하겠는가. 신문사 본사의 지원밖에는 답이 없다. 그리고 지금 오늘, 엄청나게 양극화한 신문시장에서 그만한 지원금을 내려보낼 수 있는 신문사는 그리 많지 않다.

지면의 내용과 질을 갖고 경쟁을 해야하는 것이 판매경쟁의 본령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무가지를 장기간 강제 투입하고 경품을 제공하는 물량공세가 이런 폭력배들이 발호할 자양분을 제공한 셈이다. 부수확장 성과금 역시 신문사 본사로부터 무리하게 부수 확장을 강요받은 지국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판촉원들을 고용하는 바람에 수당 성격으로 건네온 것들이다. 지난 1996년 신문지국 직원들끼리의 칼부림 끝에 빚어진 살인참극이 떠오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검찰은 이런 조직들이 이곳 말고도 여러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전국 지방검찰청에 지속적인 수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으로는 신문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신문협회가 자율 제정한 ‘신문 공정경쟁규약’(신문고시)에 부수확장 성과금을 포함시켜 규제하거나 하는 보완조치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날 한 메이저신문은 아예 이 사건 자체를 보도하지 않는 과단성을 보였다. 이게 또 웬 ‘모르쇠’인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