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관련 공약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벌써부터 차기 대선 주자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등 김 대통령이 언론관련 공약을 이행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김 대통령이 밝힌 언론 공약 실행 정도를 살펴봤다.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는 기자협회의 서면 질의와 언론정책 토론회 등에서 ▷공보처 폐지 ▷해직언론인특별법 제정 ▷대한매일(서울신문)·연합뉴스의 민영화 ▷통합방송위원회 발족 ▷정간법 및 방송법에 편집·편성권 독립 규정 마련 등을 골자로 한 언론관련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공보처 폐지=DJ정부는 집권 직후 98년 3월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언론통제 의혹을 샀던 공보처를 폐지했다. 그러나 공보처 폐지 1년 만인 99년 5월 “국정홍보기능의 난맥상을 일원화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국정홍보처를 신설함으로써 공보처 폐지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해직언론인 특별법 제정=현재까지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국회에서 두 차례나 입법을 시도하다 좌절되는 등 사실상 의원입법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직언론인협의회측이 정부입법으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입법으로 추진하기에는 관계 부처와의 협의 등에 어려움이 있다”며 특별법 제정문제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일부 해직언론인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해주고 있다.
대한매일·연합뉴스 민영화=현재 민영화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DJ정부는 집권 이후 정부 소유 언론사에 대한 민영화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나 올해 들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매일의 경우 지난 10월 주주총회에서 정부소유 주식 53.4%에 대한 감자를 결의했으며, 연합뉴스에 대해서는 지분 74%를 소유하고 있는 KBS와 MBC의 주식을 환수해 공익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연합뉴스사법이 현재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통합방송위 발족=문화부의 방송정책 기능 및 방송인허가권 등을 지난해 3월 발족한 방송위로 이관하는 등 방송위를 독립적인 행정기구로 발족시켰다. 그러나방송법에 방송정책 수립 시 문화부와 ‘합의’하도록 명시하는 등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조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편집·편성권 독립 방안=정기간행물법과 방송법에 ‘편집권’과 ‘편성권’ 독립 규정을 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방송법에는 편성규약 제정 관련 조항이 명시돼 현재 각 방송사별로 편성규약을 마련 중에 있다. 그러나 편집권 독립 등을 규정한 정간법 개정 작업은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