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조직폭력배 한 사람이 찾아와서 판촉계약을 요구했다. ‘OO신문도 했으니 결정하라’는 식이었다.”
수도권의 한 신문사 지국장은 8일 자신의 체험담을 이렇게 전했다. 이 지국장은 고심 끝에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밤이건, 새벽이건, 어떻게든 폭력배들의 눈을 피해 판촉을 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지불할 판촉비를 감당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촉요원’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만만찮다. 이들은 통상 아파트 단지 입주 한달 전부터 계약에 나서는데 지국에서는 한부당 3만원~4만원의 확장비를 지급한다. 여기에 식대조로 확장부수 당 1000원씩을 더 내야 한다. 식대를 별도 책정해 월정액으로 주는 경우도 있다.
계약을 거부하면 일정 기간 확장은 포기해야 한다. 입주 한달전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폭력배들은 아파트 입주가 60~70% 진행될 때까지 2~3개월 정도 활동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수도권 근교에만 10여개 팀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계약을 거부한 지국들은 이들이 떠난 뒤에야 ‘이삭줍기’식 판촉에 나서는 형편이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구리·남양주시의 경우 피의자들은 폭력배 30여명을 동원, 기존 판촉요원들을 상대로 “우리가 접수했으니 현장에 나타나면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심지어 집단구타까지 하기도 했다.
한 지국장은 “나도 애까지 있는 사람인데, 스무살 안팎의 폭력배들이 아파트 입구에 버티고 서서 ‘이××, 들어오면 밟아버린다’고 할 때 마음이 어땠겠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폭력배들의 개입이 오로지 확장을 통한 수당 확보에만 있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혼탁한 판매시장의 물을 더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폭력배들의 강압에 못이겨 이들과 계약을 맺은 경험이 있는 한 지국장은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기”라고 말했다. “기존 판촉요원들은 어느 정도 지국 요구를 수용해 무가지 제공 등에 제한을 두기라도 하는데 이들은 경품은 물론 무가지도 1년씩 막무가내로 뿌려버린다. 밥값, 술값 대다보면 비용도 더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다른 지국장은 “자사 독자가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 같은 신문을 보는 게 당연하다.이들은 이마저도 확장부수로 친다”고 전했다. 이중과세라는 설명이다.
판매일선의 관계자들은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미아동, 의정부 등 수도권 일대 아파트단지에 이미 폭력배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의 아파트 판촉시장 ‘접수’가 되풀이될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