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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 신문판매시장 개입 실태]

"조폭?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김상철 기자  2001.11.10 1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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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확보 위해 지국서 끌어들였다 관계 역전

본사 ‘몇% 확장했나’만 관심…폭력 개입 묵인





15년간 지국을 운영해온 한 지국장은 구리·남양주시 아파트 단지의 신문 판촉활동에 조직폭력배가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이렇게 말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 아닌가.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이 지국장의 말대로 ‘조폭’의 판촉시장 개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90년대 상계동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설 때부터 폭력배들의 판촉활동 개입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한 신문사 판매국 관계자는 “당시 신생지에서 시장확보를 위해 아파트 단지 판촉활동에 조폭들을 끌어들였다. 이들이 길목을 막아서면 확장사업을 독점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존 신문들도 가세하면서 ‘조폭 개입’에 불을 당겼다.

이같은 방식은 이후 부천, 중동, 안산, 분당, 일산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곳이면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폭력배 개입 문제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도 없지 않다. 지난 96년 고양시 조선-중앙일보 지국간 살인사건 때였다.

당시 언론은 경쟁적으로 판매경쟁 실태를 다루면서 ‘신도시를 중심으로 지국이 폭력배들을 판촉요원으로 고용해 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조명한 보도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사법당국도 소홀히 대처하긴 마찬가지였다. 살인사건 직후 경기경찰청에서 폭력배 개입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서기도 했으나 별다른 결과를 내오지 못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지국과 폭력배들의 관계는 역전돼갔다. 지국이 폭력배들을 판촉활동에 끌어들이는 형태에서 폭력배들이 해당 지역을 장악, 판촉계약을 강제하는 양상이 된 것이다. 달라지지 않은 점도 있다. 본사의 확장 요구다.

몇만세대를 오가는 신규 아파트 단지는 신문사 입장에선 거대 시장이다. 일선 지국장들에 따르면 일반 판촉요원을 쓰더라도 한부당 3만원~4만원의 확장수당이 들어간다. 경품을 쓰지 않으면 수당은 5만원~6만원까지 뛴다.

문제가 된 구리·고양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입주세대가 5만세대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촉비용만 10억원대가 넘게 투입되는 ‘시장’인 셈이다. 판매시장의 과열된 확장경쟁이 조폭의 개입을 불렀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국장들의 눈총은 본사에 쏠린다.

한 신문사 지국장은 “본사에선 사실 ‘입주 아파트에 몇%나확장했나’를 따지고 타사와 비교할 뿐이다. 사실상 폭력배 개입을 묵인하는 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한 지국장은 “본사의 확장 독려와 과도한 판촉비 묵인이 계속되는 한 폭력배까지 동원되는 판매시장의 혼탁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