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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 부담스러워 술자리 빠진다"

기협 KBS지회 '폭탄주 문화' 여론조사

서정은 기자  2001.1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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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모이는 술자리엔 어김없이 등장하는 폭탄주, 과연 기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KBS 기자들이 최근 폭탄주 문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자들의 90% 이상이 폭탄주를 자제하도록 술 문화를 개선하거나 희망자만 마시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기자들의 71%는 폭탄주 때문에 술자리에 아예 안가거나 가끔씩 불참한다고 밝혔다. 강권하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으나 여전히 선배들이 돌리는 폭탄주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KBS 지회(지회장 용태영)가 지난달 31일부터 일주일간 ‘폭탄주 문화’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37명 가운데 20명이 ‘희망자만 마시고 강권하지 말자’, 15명이 ‘폭탄주 문화를 개선하자’고 주장했다. 현재대로 하자는 의견은 2명에 그쳤다.

기자들은 선배가 폭탄을 돌릴 때 한두잔 마시고 거부하는(16명) 경우가 많았으나 선배가 돌리면 거부하지 못하고(9명) 무조건 마시는(6명) 경우도 적잖았다. 처음부터 거부하는 ‘소신파’는 2명이었다. 폭탄을 거부할 때 기자들의 57%인 16명은 ‘병이나 운전, 일 등 변명을 만든다’고 털어놨다. 10명은 ‘조금 미안하지만 거부한다’고 밝혔다. 속으로 욕하면서 거부하거나 거리낌없이 당당히 거부한다는 사람도 한명씩 있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폭탄 때문에 가끔식 술자리에 빠지거나(23명) 아예 가지 않는 것(2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폭탄주와 술자리 참석은 아무 관계없다는 사람이 8명, 폭탄이 좋아서 참석한다는 사람도 2명 있었다.

마지막 질문. 폭탄주에 대한 당신의 철학은? 18명이 ‘분위기를 위해 가끔씩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술자리를 힘들게 해 참석 인원을 줄인다’(10명), ‘건강을 해치는 나쁜 술이다’(7표)는 의견도 비등했다. ‘폭탄만큼 좋은 술이 없다’는 응답도 1명 있었다.

설문에 참가했던 보도국 한 기자는 “일부 선배들의 강압적인 폭탄주로 술자리 분위기가 썰렁해질 때가 있다”며 “폭탄을 돌리는 선배들이 이번 설문을 계기로 후배들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KBS 지회는 보도국 문화를 개선해보자는 취지에서 ▷폭탄주 문화 ▷접대골프 문화 ▷사무실 흡연 등을 주제로 여론조사를 계획했다. 7일부터 접대골프에 대한 여론조사가 진행중이며 지회는 각각의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