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에 대한 언론의 일관성 없는 보도태도가 교육정책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험이 쉬우면 변별력이 없어 문제고 어려우면 난이도가 높아 문제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입시위주 교육을 문제 삼다가도 수능 때만 되면 학력저하 문제를 내세우는 등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수능시험이 끝나자 대부분의 언론은 “수능시험이 너무 어렵게 출제됐다”며 ‘수능 쇼크’, ‘이렇게 어려운 시험은 처음’, ‘이해찬 1세대 수능 충격’ 등의 제목을 달아 ‘널뛰기 수능’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언론은 특히 입시위주 교육에서 특기·적성교육으로 전환을 선언했던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의 교육정책 때문에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초래됐다”며 이 전 장관을 이번 수능 후유증의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러나 지난해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됐을 때 ‘쉬운 수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다름 아닌 언론이었다. ‘수능시험 변별력 높여야’(동아), ‘변별력 잃은 수능, 교육 흔든다’(문화) 등 칼럼과 사설을 통해 “난이도를 높여 학생들의 면학 의욕을 높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쉬운 수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처럼 대입이 학업능력보다는 행운과 비교육적 요소로 결정되고 있음에도 당국은 내년도 수능시험은 더 쉽게 내겠다는 잘못된 고집을 꺽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정부는 이같은 언론의 여론몰이에 못이겨 올해 수능시험을 어렵게 냈지만 이번엔 ‘너무 어렵게 냈다”는 언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언론은 또 이번 수능 보도에서 고3생들 이른바 ‘이해찬 1세대’의 ‘학력저하’ 문제를 부각시켰다. 이해찬 의원이 98년 교육부장관 시절 밝힌 ‘교육비전 2002’의 첫 적용대상자가 올해 고3생들이었고, 당시 ‘무시험 전형 확대’ 등의 정책으로 이들이 공부를 소홀히 해 학력이 저하됐다는 주장이다.
동아일보는 10일자 사설 ‘이해찬 식 교육개혁이 부른 혼란’에서 “(올해 고3생들은) 보충수업도 안했고 모의고사 응시횟수도 제한받았다. 이는 공부에 느슨한 분위기를 만들어 학생들의 학력수준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해찬 전 장관이 98년 10월 이같은 교육정책을 발표했을 때 대부분의 언론은 “입시교육이 아닌 인성교육이 가능해졌다”며 환영하고 나섰다. ‘이 방안은현재의 교육방식과 비교할 때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내용’(동아), ‘학생을 시험기계가 아니라 삶을 배우는 인간으로 상정’(한겨레), ‘창의성 교육, 인성교육의 장이 되게 하겠다는 것’(조선)이라는 게 당시 언론의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