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홍콩 여간첩 수지김 피살사건’의 전모는 지난해 1월과 2월 주간동아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김씨의 억울한 간첩누명과 남편 윤씨의 살인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이미 세상에 알려졌다. 이 두 언론의 보도로 김씨가 간첩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게 된 가족들은 지난해 4월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하는 고소장을 접수했고 결국 14년만에 진실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4면
주간동아 이정훈 기자(현 신동아 기자)는 주간동아 2000년 1월 20일자 ‘87년 납북미수 사건을 아십니까’ 제하의 기사에서 “김씨를 죽인 사람이 과연 누구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남편 윤씨가 납북이 아니라 자진 월북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있는데도 안기부가 이를 조사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당시 안기부의 고위층이었던 인사들에게 윤씨 사건에 대해 질의했으나 하나같이 답변을 피했다”며 “윤씨 납북미수사건을 키운 주체가 비록 5공의 안기부일지라도 현 정부는 한 여인의 죽음을 내팽개쳐두지 말고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한달 뒤인 2월 12일 ‘누가 수지킴을 죽였나’(연출 남상문 PD)를 통해 김씨가 실제 간첩이 아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남상문 PD는 홍콩경찰 등을 취재하면서 윤씨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 유력한 살인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윤씨가 낸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그 부분은 방송하지 못했다.
이정훈 기자는 “당시 언론이 김씨를 간첩으로 만들었으니 이에 대한 복원도 언론이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취재·보도하게 됐다”며 “기사가 나간 뒤 관련 제보가 잇따랐으나 후속 보도를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상문 PD도 “정부 발표만 믿고 그대로 보도한 언론이 결국 김씨와 김씨 가족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며 “언론이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남 PD는 “당시 취재를 해놓고도 방송금지가처분 결정으로 방송하지 못했던 부분을 다시 방송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87년 1월 남편을 북한으로 납치하려다 실패했다는 안기부의 발표 뒤현지에서 피살된 채 발견됐던 수지김(본명 김옥분)은 북한 공작원이 아니며 남편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김씨의 전 남편 윤태식씨를 13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