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이 자사에 불리한 내용이 보도되자 내부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며 임직원들의 구내전화 통화내역은 물론 휴대폰까지 조회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KDB는 특히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뺌하다가 정황증거가 드러나자 뒤늦게 조사 사실을 시인하는 등 잘못을 시정하기보다 사태를 축소하는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DB는 지난달 ‘위성방송 본방송 연기’ 등과 관련해 언론에 비판적인 보도가 잇따르자 언론계 출신 임·직원 10여명에 대한 법인 명의의 휴대폰 전화 내역을 조회한 데 이어 구내전화 통화내역을 조사하고 출입기자들과 통화를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KDB는 또 지난주 일부 임·직원들을 불러 ‘정보유출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밝혀졌다. KDB는 이같이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한국통신프리텔로부터 이들 임직원에 대한 휴대폰 통화내역을 건네받는 등 감사팀 주도로 출입기자들의 전화번호와 대조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는 이에 앞서 사내 게시판과 부서 회의 등을 통해 “사내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지 말라”는 방침을 전달하는 등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가 내부 제보자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입 단속’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KDB 양재원 대외협력실장은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은 내부 검토사항을 외부에 알리는 등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내는 해사행위에 대해 감사위원회에서 조사하라는 결정이 있었다”며 “나중에 사실을 안 강현두 사장이 중단 지시를 해 일단락 됐다”고 밝혔다. 감사위원장인 정구현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전화 통화 내역을 조사하기로 한 것은 감사위원회의 결정이었다”며 “그러나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중단했다”고 말했다.
언론은 이에 앞서 지난 10월 KDB가 본방송 일정을 내년 3월로 연기하자 “위성방송이 출범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며 본방송 연기 배경 등을 집중 조명하는 등 KDB에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KDB는 특히 “인사의 난맥상에서 비롯된 조직문화의 와해, 마케팅 전략의 부재 등으로 연내 본방송이 무산됐다”는 대한매일 10월 18일자 보도가 나가자 ‘내부 직원의 정보 유출’로 단정하고 제보자 색출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KD가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를 수용하기보다 내부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며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이자 언론계 안팎에서는 “언론사업자로서의 양식을 저버린 태도”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출입기자는 “KDB가 올해 3월부터 3차례나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는 등 잦은 인사와 내부 갈등으로 인사의 ‘난맥상’을 보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들한테 전화하는 것도 신경 쓰인다. 통화내역을 조사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사생활 침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