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보도’, 탤런트 황수정씨 구속 사건을 계기로 언론의 선정주의 보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또 일부 언론사들은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성인만화, 성인영화 등 성인용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유료 서비스하거나 버젓이 링크시키고 있다. 독자들의 관심과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명목으로 내세운 언론의 태도,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봤다.
다시 고개든 ‘비디오 보도’
스포츠신문이 이른바 ‘비디오 보도’에 또다시 발동을 걸었다. O양, B양 비디오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지난 7일자 굿데이 1면 ‘T양 섹스비디오 소문은 사실이었다’ 기사가 불을 붙였다.
굿데이는 기사에서 ‘톱탤런트 T양의 섹스 비디오가 모국가기관 창고에 보관돼 있다’며 연예관계자 말을 빌어 “연예인이 등장한 비디오 중 가장 야하다”고 전했다. 굿데이는 관련 사진에 성행위 장면을 게재했으나 이 사진이 문제의 비디오 장면인지, 단순한 자료사진인지 설명하지 않아 기사의 자극을 더했다. 다음날에는 ‘T양 비디오’에 등장하는 B씨가 신인탤런트 A양의 몰래카메라도 찍었다’고 보도했다.
일간스포츠는 9일자에 ‘한국판 성도착 포르노 충격’이라는 기사에서 ‘페티시즘이나 엽기적인 내용으로 채워진 포르노가 국내에서 제작, 유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10일자에는 ‘CF모델 섹스비디오 괴담‘이라는 기사를 다루기도 했다.
13일 탤런트 황수정씨가 필로폰 복용 혐의로 구속되자 ‘부록’처럼 비디오 문제가 거론됐다.
15일자 스포츠서울은 황씨 구속을 다루면서 ‘성적인 쾌락을 탐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진 섹스비디오 존재 여부에 대한 항간의 의혹에 검찰은 압수된 증거물 중 비디오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일간스포츠는 ‘최음제 마셨다면 혹시 비디오는…’이라는 기사에서 섹스비디오 존재 여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연예부 기자의 표현대로 “약방의 감초”처럼 비디오 문제가 등장하는 형국이다. 한 기자는 “가판에서 승부를 보는 입장에서 비디오 보도 같은 ‘한건 경쟁’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고 말했다.
사이트엔 성인물 홍수
언론사 사이트들이 앞다퉈 성인만화와 에로비디오 등 선정적인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사회적 공기라는 언론의 역할과 이미지를 깎아 내리며 돈벌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SBSi는 최근 지상파 방송사 사이트로는 처음으로성인콘텐츠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13일부터 ‘누들누드존’을 신설해 성인만화, 성인플래쉬, 성인영화 등 선정적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신문사 사이트들도 일찌감치 성인만화와 성인영화 등으로 네티즌을 유혹하고 있다. 디지틀조선일보의 온라인상영관 ‘채널레드’ ‘와우 성인만화세상’, 조인스닷컴의 ‘성인영화관’ ‘성인만화관’, 한국아이닷컴의 ‘한국i 영화 성인관’, 스포츠서울의 ‘성인영화관’, 스포츠투데이의 ‘성인영화관’ ‘펜트하우스관’ 등이 유료로 서비스되고 있다.
신문사 사이트들은 이밖에도 각종 성인사이트들의 배너광고도 버젓이 싣고 있다. 16일 현재 일간스포츠는 ‘아시아걸TV’라는 성인방송국 배너광고를 띄워놨고 스포츠서울은 ‘섹시웨이브’, 스포츠조선은 ‘러브베드’ ‘포르노69’ ‘핫스커트’ 등의 배너광고를 실었다.
SBSi의 한 관계자는 “19세 이상만 볼 수 있도록 보완 절차에 완벽을 기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포털 사이트를 지향하기 때문에 언론 관련 콘텐츠 외에 영화, 만화 등 별도의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사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언론사 사이트마저 성인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서비스하는 것은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성인콘텐츠 서비스는 사회적 공기라는 언론사의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것”이라며 “언론사 사이트라면 기존 종이신문과 방송뉴스의 한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해 서비스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정 씨 성문제 집중 부각
탤런트 황수정씨가 필로폰 복용 혐의로 13일 구속된 이후 스포츠신문에 연일 황씨 관련 기사들이 게재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기사들은 황씨의 필로폰 복용에 따른 비판보다는 최음제를 시작으로 “성집착?” “삼각관계” “비디오 의혹” 등 성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일간스포츠는 15일자 1면 머릿기사 제목에 ‘성집착’이라고 크게 쓴 뒤 그 옆에 작은 물음표를 달았다. “안방극장에 비친 모습과는 달리 정도 이상의 섹스에 탐닉했을 가능성이 있다. 섹스중독자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것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스포츠서울은 17일자 1면에 ‘정체불명 황수정 비디오 70개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섹스비디오 의혹을 제기했다. 스포츠서울은 “검찰측 한 관계자가 오피스텔에서 검은색 비디오테이프 70여개가 발견됐다고 확인해줬다. ‘특수한 상황’을 녹화한 내용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필로폰 복용에 대한 비판보다는 최음제인 줄 알았다는 황씨의 증언, 강모 씨와의 동거, 비디오 등이 보도의 주요 흐름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스포츠지 연예부 기자는 “이번 사안은 성문제가 중심이 된 것”이라며 “이승연씨의 경우처럼 불법 운전면허 취득 건이라면 남자관계로 몰고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생활 침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