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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일괄 세무조사 형태 불가능

한나라당 국세기본법 개정안…"정치목적 조사 차단"

김상철 기자  2001.11.17 11: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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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16일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해 그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세기본법 개정 추진이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14일 당무회의에서 확정된 개정안은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를 금지하고 ‘불성실 추정 납세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불성실 추정 납세자’만 세무조사

개정안은 국세기본법 81조3 ‘중복조사 금지’를 ‘세무조사권 남용 금지’로 하고 ‘세무공무원은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세무조사를 행해야 하며, 정치적 목적 등을 위해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또 ‘성실성 추정이 배제되는 납세자를 대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조사대상을 ‘불성실 추정 납세자’로 제한했다.

불성실 추정 납세자는 ▷세법이 정하는 납세협력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구체적인 탈세 제보가 있는 경우 ▷신고내용에 탈루나 오류 혐의를 인정할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등 기존 시행령 내용을 법으로 규정했다.

한나라당은 ‘성실성이 추정되는 납세자’의 경우 무작위추출방식에 의한 표본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제한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붙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언론사 세무조사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81조8 비밀유지 조항 개정내용이다. 개정안은 국회가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를 위해 국세기본법 또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규정에 따라 과세정보를 요구할 경우 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기존에 ‘과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의무화한 것이다.



언론사 제보있어야 조사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세무조사 대상을 ‘불성실 추정 납세자’에 일차적으로 한정하고 ‘성실 추정 납세자’의 경우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조사 대상을 선정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개정안 실무작업에 참여한 한나라당 재경위 지원팀 관계자는 “세무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조사권 오·남용 시비를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하며 “개정 작업은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23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와 같은 일괄조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세무업무가 신고제인 만큼, 납세자가 제출한 신고서 등이 단서조항으로 규정한 불성실 추정자에 해당할 경우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기존시행령 가운데 ‘최근 3과세기간 이상 동일세목의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납세자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법에 명시해, 성실성 추정자에 대해서도 무작위 추출방식에 의한 표본조사만 허용한 점도 일괄조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부분이다.

관심을 모았던 지방언론사 세무조사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재경위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언론사 역시 불성실 추정 납세자에 한해 조사를 받게 된다”며 “지방언론사도 탈세 제보가 접수되거나 하는 경우에 세무조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 처리 전망 아직 미지수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상임위 통과 여부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이번 개정안 추진이, 언론사 세무조사가 ‘특정언론 죽이기’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기존 인식에서 비롯된 만큼 민주당과 시각 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당정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후 16일 ‘정치적 목적 세무조사 이제는 종식돼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포문을 열었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 하에서 언론 세무조사가 ‘특정언론 죽이기’와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도구로 악용된 사례를 경험했다”며 “민주당이 국세기본법 개정에 반대한다면 현 정권이 아직도 특정언론·특정기업 압살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 대표 발의자인 나오연 의원측은 “여당과 이견이 있는 부분은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자민련과는 언론사 세무조사가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원칙적인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의견을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제2정조위의 강운태 의원실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구체적인 탈세혐의가 있을 때에만 세무조사를 하자는 건데, 이는 사실상 세무행정을 봉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 차가 분명히 있다”고 전제하며 “일단 정조위 차원에서 개정안에 대해 검토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