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25일 독일은 2005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방송 시청료 모델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를 이뤘다. 새로운 시청료 모델은 한 가구당 혹은 한 업종당 단일 시청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독일은 한 가구에 있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수에 따라 시청료를 받았고, 호텔과 같은 업종에서는 객실에 비치돼 있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수에 따라 각각 기본 시청료의 절반을 거뒀다. 단지 대학이나 경찰서 그리고 병원에만 단일 시청료를 적용했다. 또한 독일은 새로운 시청료 모델을 결정하면서 흥미로운 논의를 벌였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방송을 수신하는데 사용되는 컴퓨터에도 시청료를 지불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 공영방송인 ARD와 ZDF 측은 새로운 시청료 모델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새 모델이 실시되면 연간 8억5700만마르크(원화 5000억원 이상)의 재정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며 시청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컴퓨터를 텔레비전 및 라디오 등과 기술적으로 동등하게 보는 것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와 관련한 새 규정은 시급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독일 공영방송 체제는 방송법에 따라 기술확장, 프로그램 확장, 재정적인 면이 보장돼 있다. 독일의 공영방송은 90년대 들어 디지털방송의 도입을 준비하는 한편 이미 80년대 신설한 문화채널인 ARTE나 3SAT 이외에도 어린이 채널인 KiKa와 다큐멘터리 채널 Phoenix를 신설했고 2년전부터는 인터넷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상업방송 체제가 확실하게 자리잡으면서 이들과 시장경쟁을 해야 하는 공영방송은 공영방송 전체의 구조조정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현재 ARD와 ZDF는 하루 20분의 광고가 허용되고 지방 공영방송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미 1998년 독일 서남부의 공영 지방방송인 SWF와 SDR이 SWR로 통합되면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고 현재는 수도인 베를린지역의 공영 지방방송인 SFB와 ORB의 통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독일의 공영방송 시청료는 한달에 31.58마르크로 이 가운데 21.58마르크가 텔레비전 시청료, 나머지 10.40마르크가 라디오 시청료로 정해져 있다. 1990년 시청료가 19마르크였던 것에 비하면 10년만에 60% 이상 급증한 것.상업방송에 길들여진 젊은층은 이처럼 급증해온 시청료에 불신과 반발감을 갖고있기 때문에 시청료 인상으로 재정위기를 돌파하려는 독일 공영방송의 전략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