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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삼성특종' 축소 의혹

삼성 부당내부거래 문건 첫보도, 삼성측 방문받고 한때 중지

박미영 기자  2001.1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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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이 ‘삼성의 e삼성 부당 지원’ 사실을 삼성 내부 문건을 입수, 특종 보도하고도 삼성의 로비로 한때 뉴스를 내보내지 않는 등 기사를 축소해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YTN은 또 문건을 외부로 확산시키지 말라는 삼성의 요구에 따라 타 언론사는 물론 공정거래위에 조차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YTN은 지난 19일 삼성그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앞두고 작성된 삼성의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해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 씨(삼성전자 상무보)의 인터넷 관련계열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한 뒤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관계서류 일체를 폐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특종 보도했다.

그러나 24시간 뉴스전문 채널로 매시간 뉴스를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는 YTN은 이날 오전 9시에 첫 보도를 한 뒤 삼성 홍보담당자가 YTN을 방문한 후 12시부터 3시 뉴스까지 삼성 관련 뉴스를 보도하지 않아 “특종을 하고도 삼성의 눈치를 본다”는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주요뉴스 시간대인 2시 뉴스에도 삼성 관련 보도가 나가지 않자 사내 게시판에는 “특종이라면서 기사를 왜 내보내지 않느냐” “광고주 눈치 보는 것 아니냐” “빨리 기사를 내보내라” 등 간부들에 대한 항의성 글이 빗발쳤으며, 노조도 긴급히 보도국장을 만나 뉴스가 끊긴데 대한 경위와 뉴스 속개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YTN은 4시 뉴스부터 삼성 관련 뉴스를 다시 내보냈다. 고광남 보도국장은 이날 노조에 “삼성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삼성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YTN은 또 타 언론사 뿐 아니라 이날 YTN을 방문한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조사를 위해 자료제공을 요구했으나 회사방침이라며 자료 제공을 거부해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YTN은 특히 KBS, MBC등 방송사에서 “자료제공이 안되면 ‘그림’(YTN에 보도된 화면)이라도 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이것마저 거부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공정거래위에는 최소한 자료를 제공해 삼성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재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고 계속 후속 보도를 내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광남 보도국장은 “삼성이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공식 문건’이 아니라고 항의해왔기 때문에 다른 데로 확산시키지 말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며“삼성의 항의에 대해 논의하는 동안 뉴스가 안 나갔으나 내부 문제제기가 있어 다시 내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도국 한 기자는 “YTN의 수익구조가 취약해 광고주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특종보도를 하고도 기사를 축소하려고 하는 것은 기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의 부당내부거래 은폐 의혹은 한겨레가 해설기사와 함께 상세히 보도했고 동아, 조선은 경제면 2단, 경향신문이 1단 기사로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가판 기사에 보도했다가 삭제했으며 중앙일보와 경제지, 방송3사 등은 보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