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 대학 신문방송학과 4학년 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같은 과 친구들끼리 `연합통신’을 주제로 잡아서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도움을 좀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학생 왈, “관련 논문이 없나 해서 찾아봤는데 통신사 관련 논문이 5편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서 수업시간에 통신사에 대해서 배우기는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1학년 때 `언론학 개론’ 시간에 잠깐 배웠다고 하더군요.
하긴 일전에 역시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는 모 신문사 기자에게 “외국 통신사가 국내로 진출할 경우 자본력이 약한 우리 나라 언론사들은 당연히 그들과 계약을 하려고 할 것이고 국적 통신사는 설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 기자 말하길 “그런 얘길 다 어디서 들었느냐”며 “대학 다닐 때 배운 내용이라고는 세계 4대 통신사는 AP, AFP, UPI, 로이터이고 우리 나라에는 연합통신이 있다는 것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제가 여기서 “우리 회사는 `연합통신’이 아니라 `연합뉴스’다”라는 얘길 하려는 게 아닙니다.
요즘 학계에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신자유주의’나 `금융세계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시는 분들이라면 금융의 운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블룸버그나 로이터 같은 통신사가 생산하는 리얼타임 뉴스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겠죠? 하지만 이건 미국이나 영국뿐만 아니라 어느새 우리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지난 IMF 위기 때 블룸버그 기사 한 건 때문에 수많은 외국 투자자들이 빠져나갔다고들 하지만 지금은 블룸버그도 로이터도 어느새 우리 바로 곁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느새 인터넷 금융정보 제공업체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조만간 IMF 위기 비슷한 일이 닥쳐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통신사에 관해 연구한 논문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뇨?
요즘 일반인들은 `안티 조선’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아마 이 단어로 관련 논문을 검색해보면 수십 편씩 나오겠지요? 하지만 일반인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곳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신문방송학’이 아니라 `신문방송’으로도 충분합니다. 학계에선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조만간 우리의 현실이 될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셔야하는 것 아닙니까? 어줍잖은 제 말이 제가 다니고있는 연합뉴스를 옹호해달라는 얘기가 아니라 예리하게 비판해주시길 바라는 것이라는 점은 얘기해도 사족에 불과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