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실적은 적고 싸움만 치열

문광위 '허송세월' 1년…언론법안 '긴 잠'

김상철 기자  2001.12.01 00:00:00

기사프린트

언론탄압 공방과 공전. 올 한해 언론에 대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활동은 이렇게 정리된다. “한 게 없다” “언론 얘기는 하지도 말라”는 말이 의원진 사이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언론에 관한 한, 실제 평가할 ‘실적’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문광위에 올랐던 대표적인 언론관련 법안으로 ‘언론발전위원회 설치안’을 들 수 있다. 지난해 7월 여야 의원 31명이 공동 발의한 안이었다. 지난 3월 문광위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가면서 언론탄압 공방에 묻혀 ‘증발’됐다. 여전히 계류 중이며 논의 여지 역시 없어 보인다.

민주당측은 언발위 위원 구성에 국회의원은 배제하고 언론계, 시민단체 참여를 늘리는 등의 손질을 거쳐 국회 통과를 추진했으나 세무조사, 공정거래위 조사에 따른 한나라당의 ‘비판언론 죽이기’ 공세로 논의 자체가 봉쇄됐다.

현재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를 기다리고 있는 언론관련 법안은 ‘연합뉴스사 및 연합뉴스위원회법안’과 4건의 방송법 개정안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달 29일 열린 소위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추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아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측은 “제정법이기 때문에 국회법상 공청회를 해야 하고 위원회에서 의결해도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며 “이달 임시국회 개최 여부에 따라 논의 일정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법 개정안도 문광위를 ‘긴장시키는’ 법안이다. 4건의 방송법 개정안 가운데 핵심은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위성방송 사업자 지상파 방송 의무재송신 제외 및 동시 재전송 관련 사안이다. KBS, EBS만을 의무재송신하도록 한 규정을 없애고, 위성방송사업자가 재송신할 때는 방송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하자는 것.

여기에 한나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송위원회 위원 선출방식 변경안도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측은 “재전송 문제의 경우 방송계 의견이 워낙 첨예한 사안이고 서울, 지방 의원 등 여야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재전송, 방송위원 선임 등은 방송법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여야 서로 눈치 보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측도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아무래도 여론 수렴과 실태 조사 등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국회의원 스스로 제기한 법안은 언론탄압 공방 속에 묻히고, 이해관계가 첨예해정책적 판단을 요하는 법안들은 그것대로 ‘몸 사리기’가 앞서는 형국이다. 문광위에서도 이처럼 ‘실적 없음’을 자인하는 분위기다. 올해를 한달 남긴 상황에서 여야간에는 “한나라당의 정치공세가 심해 생산적 논의와 법안 심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언론탄압 국면으로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의 활성화 기회가 봉쇄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