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국 한국일보 회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7월 파업과 함께 시작된 한국일보 노조의 장 회장 퇴진 운동, 경영 악화에 대한 누적된 내부 불만, 일간스포츠 광고국 내사 이후 고조된 장 회장과 장중호 상무와의 불화설 등과 맞물려 터진 ‘장존 의혹’은 장 회장의 입지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장존 의혹 보도가 나간 다음날 ‘한국일보 먹칠한 장재국 회장은 사퇴하라’는 성명을 내고 “한국일보사와 사원들의 명예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말라”며 퇴진 요구를 높였다. “장 회장은 카지노 도박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하루 빨리 스스로 물러나라”는 것이다. 99년 장 회장을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던 언론노조 역시 성명을 내고 “장 회장은 즉시 사퇴하고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 ‘장존 의혹’이 채권단의 12월말 사적화의 연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회사측의 한 관계자는 “회장은 회사의 얼굴이고, 회사 이미지와 직결된다”며 “보도의 진위 여부를 떠나 도박 연루설 자체가 회사의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염려했다. 회사의 최고책임자인 대표이사 회장이 오히려 사원들에게 ‘짐’이 되고있다는 불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같은 내부 불만, 불신이 장재국 회장의 거취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이미 99년에 알려진 내용이고 지난해 2월 무혐의 처분이 난 사건이어서 대한매일 보도의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장 회장과 최대주주인 장중호 상무와의 불화설이 고조되는 가운데 터진 ‘장존 의혹’은 양측의 세 싸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장 상무가 주도한 일간스포츠 광고국 내사, 지난 10월 30일 주총에서 결정된 상속세 이자분 처리 문제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분사 이후 장 상무가 단독으로 단행한 광고국 내사에 대해 사내에서는 장재국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반면 상속세 문제는 장 회장의 공세로 볼 수 있다. 장강재 회장이 한국일보사 부지를 회사에 증여한 대가로 회사가 대납했던 주주들의 상속세 이자분에 대해 상속인이 각자 부담하기로 주총에서 표결 처리하면서 장 상무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
양측은 현재 갈등 표출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일보의 한 관계자는 “양측의 공세 이후 경영권 다툼이 어떤 식으로 본격화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불거진 ‘장존 의혹’이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