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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제주 국제 자유도시

좌승훈  2001.1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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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문화부장대우





제주 국제자유도시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지난 64년 제주도건설종합계획을 시작으로 4차례에 걸쳐 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시도했다가 불발에 그친 끝에 청사진이 나온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초기 내걸었던 ‘열린 통상국가’ 정책 비전에 또 하나의 메뉴가 추가된 셈이다.

국제자유도시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크게 3개 유형으로 구분됐다.

첫째, 찬성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내자본은 물론 외자유치 등을 통해 제주관광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차원에서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는 특별법 내용을 잘 모르며, 전망 또한 정확히는 잡히지 않지만 찬성한다. 그만큼 제주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다. 주 소득원인 감귤과 국내 관광객 유치가 세계화의 폭풍 앞에 붕괴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도 잘만 하면 국제자유도시는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의 주장은 “범도민적이다”라고 할 만큼 너무 커 반대입장을 펴다가는 바로 다툼이 일 것 같은 분위기다.

둘째,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또한 찬성하는 이들과 마찬가지다. 일부는 법 제정의 취지와 기본계획에 따른 전망을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특별법안을 발표한 후 공청회를 마련하지 않은 채 이틀만에 국회에 상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1차 산업붕괴, 무분별한 자본유치, 외국 인력 유입에 따른 노동조건의 악화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여론 수렴 과정은 거의 없었다”며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전열(?)을 정비한다.

끝으로 분류되는 유형이 찬성해야 할지, 반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을 접하지만, 너무 어렵고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지금의 삶이 법 제정 이후 과연 나아질지 모르겠고, 오히려 지금보다 더 소외감·열등감을 갖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한다.

게다가 외국대학법인 분교 설립 허용, 영어 공문 사용 등은 이 땅을 지켜온 60대 이상 노인들에게는 더욱 생소하다. 남은 생을 살기 위해 외국어학원에 다녀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이들은 그래서 숙고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유형 가운데 어느 쪽이 많을까. 언제나 그렇듯 찬성하는 이는 찬성하는 쪽이, 반대하는 이는 반대하는 쪽이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장 많은 쪽은 세 번째,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실제 말없는 다수다.

찬성이나 반대나 모두 명분이 있다. 그러나 이들 다수가 손을 들어 줘야 한다. 이들 다수를 이해시키고 그들이 찬성을 하든지 반대를 하든지 해야 한다. 그래야만 ‘도민 합의’라는 말을 들을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