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초가 되면 미국에서 발행되는 언론관련 잡지들에는 유사한 형태의 광고가 집중 게재된다. 30여개 이상의 각종 단체에서 실시하는 언론인 연수교육 안내광고들이다.
미국 언론들이 이처럼 언론인 전문성을 높이는데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타임스 재단이사장 잭 로센설(Jack Rosenthal)이 답을 주고 있다. “우리들은 기자들의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좋은 기자만이 좋은 신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미국 언론인의 연수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Poynter, IRE, Freedom Forum, API(Ameican Press Institute), Knight, CDC(center for disease control), NPF(national press foundation) 등 언론단체와 공익재단, 그리고 대학의 저널리즘 스쿨 등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연수제도이다. 문장론, 편집, 취재기법의 개발 등 언론실무와 환경, 국제정세, 경제 등 전문분야를 주제로 하고 있다. 최근 특징은 데스크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시의성을 중요시해 9·11 사건 이후 ‘미디어와 갈등’ ‘테러’ 등을 주제로 한 연수도 개설됐다.
두번째는 심층보도를 할 때 필요한 방대한 자료들이 제공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면 9·11 사건이 일어난 후 IRE는 그날 오후 2시부터 미국에서 발생된 모든 항공사고의 기록과 그에 관련된 기사(tip-sheet)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했다. 또 RCFP(Reporters Committee for Freedom of the Press)는 미국 50개주의 모든 FOI(Freedom of Information) 관련 법규와 정보공개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언론인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이처럼 미 언론인들은 연수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다양한 지원 시스템 속에서 보도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미국보다 숫자는 적지만, 우리도 많은 언론관련 단체와 80여개가 넘는 언론학과가 있다. 그러나 언론인 교육과 지원 역할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축적돼 오늘날 한국언론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질적으로 우수한 언론인들이 언론사에 들어와 연차가 쌓일수록 퇴보하고 전문직종으로서의 자격상실과 함께 국민으로부터 비판대상이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언론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와 대안의 공통분모 속에 바로 언론인 교육제도가존재하고 있다. 언론재단의 연수관련 언론인 의식조사에 의하면, 회사의 재교육에 대한 인식과 투자부족(55%), 기회가 있어도 업무가 많아서 재교육을 받지 못한다(29.3%) 등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마치 조직이 먼저 바뀌어야 언론인 연수도 가능하다는 수동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조직을 바꾸는 것은 언론인들의 힘으로만이 가능하다. 이제는 당당하게 요구하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재교육은 언론인들의 권리이자 또한 좋은 언론을 만들기 위한 책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