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각종 언론관계 상중에서 한국기자협회가 매달 심사, 선정하는 ‘이달의 기자상’이 권위와 무게를 자랑하고 또 일선 언론인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상을 주기 시작한 것이 벌써 11년이나 되는 연륜과 관록을 쌓았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중견 언론인들과 언론학자들이 3단계에 걸쳐 엄격한 심사로 수상작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기자가 길에서 뜻밖에 황금덩이를 줍듯이 실로 우연하게 포착, 취재한 사건 사고를 보도하는 것은 특종이다. 심사위원들은 단순한 특종 이상으로 국익과 공익, 국민생활 및 질서 등과 관련된 소재와 문제점, 파급효과, 취재의 계획과 방법, 기사의 질과 깊이있는 탐색, 분석 등을 평가한다. 이처럼 엄정하고 엄격한 심사과정에서 포장만 요란하거나 적당히 구성한 뉴스나 기획, 메시지없는 밋밋한 기사들은 가차없이 탈락시키고 있다.
이달의 신청작은 신문과 통신, 주간지 등 19건, 방송(라디오, TV)이 10건으로 모두 29건. ‘중국, 한국인 사형관련보도’(연합뉴스) ‘김용환 강창희 의원 한나라당 입당’(한국일보) ‘북한, 외국에 이메일 개방’(전자신문) ‘김홍일 의원 제주휴가에 대검고위간부 동행’(경향신문) 등 4편이 경합한 취재보도부문은 모두가 나름대로 탄탄한 뉴스여서 2단계 심사까지 치열하게 경합했다. 결국 외교관들의 나태, 무책임 직무유기로 관계자 징계와 체제개선, 그리고 한때 한·중 양국관계를 긴장시키는 파장을 일으킨 ‘한국인 사형보도’가 선정됐다.
8건이 신청된 기획보도부문에서는 ‘떠나는 농총현장을 가다’(세계일보) ‘사표 던지는 농촌교사들’(대한매일)도 분전했으나 캠페인성 보도인 ‘우리쌀을 살리자’(문화일보)와 ‘대우패망비사’(한국경제) 등 2건이 뽑혔다. ‘우리쌀…’의 경우 쌀생산의 과잉이 단순한 풍년과 창고부족 소비감소 차원을 넘어 우리 농정의 구조적인 고질병에 원인이 있음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장차 시장개방에 따른 효율적인 대책을 제시한 점이 평가됐다. ‘대우비사’의 경우 대우 몰락에 관해 단편적인 규명과 원인에 관한 보도는 많았으나 알려지지 않은 문제점들을 체계적으로 조명한 노력이 돋보였다.
8건이 경쟁한 지역취재 보도부문의 수상은 미국의 대아프가니스탄 보복전쟁 개시에 관한 보도가 홍수를 이루는 상황 속에서 화면에 첫 자막보도 이후 계속 상보를 한 KB여수국의 ‘밀입국 중국인 25명 수장’에게 돌아갔다. 춘천MBC의 ‘상수원의 차량수장’ 시리즈도 노력작이기는 하나 보도의 초점이 처음에는 ‘상수원 오염’에서 ‘시체발견’ 등 미제사건 수사쪽으로 옮겨가는 인상을 준 것은 아쉽다. ‘천수만 광업권설정 훼손위기’(연합뉴스)는 철새도래지 보호 캠페인 보도로 광업권 허가를 보류시키는 성과는 인정되나 화면이 특징이 없고 설명(보도)이 지리한 느낌을 주었다.
지역기획 보도부문에서는 방송(TV 6, 라디오 1) 7건, 신문 3건 등 10건이 경합을 벌인 끝에 ‘인삼 2부작’(대전MBC)과 ‘희귀생물, 그 마지막 서식지’(제주MBC)가 영예를 안았다. 인삼시리즈의 경우 판에 박은 시장상황과 효능 소개가 아니라 세계의 인삼 종주국으로 자부했던 한국의 인삼이 국내업자와 당국의 방심과 나태로 인해 미국과 중국산에 밀리고 있는 충격적인 현실을 양국의 재배지를 찾아 상세히 보여주었다. ‘희귀생물…’은 처음 소개되는 제주습지의 생태계 현황을 뛰어난 카메라아이로 잡은 점이 상을 뒷받침했다. 일부 화면은 내셔널지오그래픽사의 작품수준을 연상시켜 호평을 샀다.
‘향등매립장, 봉변당하는 고시장’(전남매일) 1편만 신청된 전문보도부문은 특종사진이 지니는 박진감, 긴장감 그리고 쇼킹한 느낌 등이 거의 없어 실망을 주었다. 특종 사진, 역작(力作) 사진은 한 순간의 표정과 그림으로 어렵고 복잡하고 긴박한 상황과 사정을 모두 읽을 수 있도록 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