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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방송 전송방식 논란 '여전'

정통부 미국식 고집-시민단체 '유럽식 우수' 시험결과 수용 주장

서정은 기자  2001.12.19 11: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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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디지털방송방식에 대한 논란이 최근 미국방식과 유럽방식간 비교시험 결과를 둘러싸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방송방식 재검토를 요구해왔던 시민단체들은 이번 비교시험에서 유럽방식의 우수성이 객관적 수치로 증명되자 한층 더 강도 높게 방송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시험 결과의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재검토 불가 입장을 고수, 시민단체와 충돌이 예상된다.

방송 3사의 입장도 양분될 조짐이다. KBS와 SBS는 정부 정책을 따른다는 입장인 반면 MBC는 방송방식 재검토를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정통부=정통부는 지난 12일 “비교시험 결과에서 전송방식까지 재검토해야 할 근거나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재검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단지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비교시험 결과를 검토한 뒤 필요하다면 미국방식의 성능향상에는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또 “비교시험을 참관한 감리위원회와 LG전자가 이번 시험이 비과학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했다”며 비교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정통부가 감리위원회를 구성해 시험 현장을 감독했으면서도 정작 결과가 나온 뒤에 ▷측정 지점이 애초 시험계획서와 다르고 ▷수신 성공 판정 기준도 두 방식에 다르게 적용했다며 문제삼는 것은 논리가 궁색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시민단체=디지털방송방식재검토를 위한 시민공동대책위와 전국언론노조 등은 우리나라의 지형조건과 방송환경에 유럽식이 더욱 적합한 것으로 판명된 만큼 방송방식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비교시험은 정통부 감리위원회의 감리를 받은 만큼 정통부가 이 결과를 폄하하거나 수용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김광호 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 교수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지상파가 살아남으려면 수용자 중심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이동수신과 휴대수신”이라며 “미국방식으로는 이동수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정통부와 방송사들이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사=MBC는 이번 비교시험 결과를 토대로 정통부에 방식 재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다. 문정철 MBC 기술본부장은 “정부는 이동·휴대수신 서비스를 누려야 할 시청자 입장에서 방송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본부장은 또 “디지털방송시대에서 핵심은 고화질보다 데이터방송이며 이동수신 서비스가 없으면 데이터방송이 활성화할 수 없다”며 “향후 수신 형태가 크게 바뀔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TV는 안방에서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으로는 디지털방송 시대를 앞서나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KBS와 SBS는 “이번 비교시험 결과는 이미 예상했던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재검토할 차원은 아닌 것 같다”며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제점=정통부는 비교시험을 허가하는 과정에서부터 재검토 불가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중론. 그러나 전문가위원회의 검토도 하기 전에 가전사들의 반발을 등에 업고 방송방식 불가 입장부터 언급하는 정통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방식의 종주국인 미국에서조차 미국방식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고 현재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에서 유럽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수신기 수출시장에도 큰 격차가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휴대수신과 이동수신을 포기했을 경우 시청자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되고 다양한 산업유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MBC 디지털방송방식 비교시험 추진협의회는 양 방송방식의 우위와 특성, 국가별 분포, 국가산업과 시청자에 미치는 영향, 매체통합 문제, 통일환경 조성을 위한 방송방식의 적정성 등을 정리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해 현 정부의 정책적 오류를 지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