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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판매 현장, 이천과 부발

박주선 기자  2001.12.19 11: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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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경품금지 합의…공정경쟁 새 지평

부발---2년판에 파기…승자없는 이전투구









경품을 사용하는 곳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든 지국장들은 경품 사용을 ‘울며 겨자먹기’라고 말한다. 2만∼3만원 상당의 물품 구입비와 판촉요원 수당 등 한 부 확장을 위해서는 5만∼6만원의 비용이 든다. 한꺼번에 수백개의 물품을 구입하는 것도 영세 지국으로서는 목돈 부담이 크다. 또 경품 사용으로 확보한 신규독자 가운데 70% 이상은 기존의 타지 구독자이고, 그만큼 이탈 독자가 많이 생긴다는 얘기다. 결국 경품 사용 후 1년여가 지나면 지국 수입은 ‘현상 유지’ 수준이라는 게 지국장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품 제공’은 여전히 신문판매시장의 해묵은 개혁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 14일 ‘경품금지’를 지키고 있는 이천시와 이달초 그 합의가 깨진 부발읍의 지국을 찾아 경품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천시의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8개 지국은 99년부터 자체 결의를 통해 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4개 신문을 배달하는 이천시의 8개 지국에서 “신문판매를 위해 판촉물은 일체 사용할 수 없다. 위약시 한건당 위약금은 100만원으로 정한다”는 ‘판매질서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합의문은 또 종합지와 관련 자매지 등을 끼워 판매하는 이른바 세트판매도 금지하고 있다. 위약시 한 건당 위약금이 12만원이다.

합의는 이천시 지국장들의 친목 모임이던 이천신문판매협의회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자제하자는 자체 결의를 하면서 이루어졌다. 서형문 조선일보 남이천지국장은 “각 지역마다 시장 크기, 독자 성향 등 시장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전국적인 협의체에서 판매시장 개혁을 위해 합의하는 것은 쉽게 깨질 수 있다”며 “하지만 한 지역내에서 지국장들이 자체적으로 합의해 실천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초기 약 6개월 동안엔 거품부수가 빠지면서 지국마다 판매부수가 줄어들지만 1년여가 지나면 경품 없이도 지국의 판매부수는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난해 봄에는 한 지국이 선풍기 200대를 경품으로 사용하자 나머지 7개 지국에서 ‘실력행사’를 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측의 몸싸움으로 번지면서 경찰서에 연행되는 등 물의를 빚었지만 다행히 경품 금지 합의는 깨지지 않았다. 해당 지국은 경품사용을 중단하기로 했고, 협의회가 선풍기 200대를 일괄 구입해 인근 지국에 팔고, 판촉사원 10여명에 대해 10만원의 일당을 지급하기로 했던 것이다.

서 지국장은 “경품 사용은 판매시장을 즉각 교란시키기 때문에 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선 발빠른 조치가 필요해 실력저지가 불가피했다”며 “신문협회에 신고절차를 밟아 시정조치를 기다리면 이미 독자들은 다 떠나고 없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품 금지와 함께 이천신문판매협의회는 전단공사를 통해 전단지 시장질서 유지에도 나서고 있다. 전단공사는 광고주로부터 전단물량을 확보해 각 지국으로 나눠주면서 특정 지국의 전단시장 독점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는 판매부수가 적은 지국에 일정 수준 이상의 광고 수입을 확보해주면서 하위주자의 무리한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전단공사는 판매부수가 가장 많은 지국과 가장 적은 지국의 전단수입을 약 100대 70으로 맞추고 있다.

반면 이천시 부발읍은 지난 2년여간 경품금지 합의를 지켜오다 이달초 한 지국이 경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과당경쟁이 불붙고 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3개 지국이 각각 공탁금 1000만원을 걸고 지켜오던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됐고, 원가 2만원의 발신자표시전화기가 판매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발읍의 한 지국장은 “모 지국이 본사로부터 확장강요를 받으면서 합의가 깨졌다”며 “경품 사용이 실익이 없는 것을 알지만 한 지국이 시작하면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품 사용 후 지난달 30부이던 확장부수가 10일 동안 400부로 늘어났지만 이탈 독자와 투자 비용 등을 감안하면 1년 후 수익은 경품 사용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도 원치 않은 ‘울며 겨자먹기’식 혈전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