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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공방 속 '빅3'지칭 공식화…국제용어화 하기도

2001 언론계 말·말·말

김상철 기자  2001.1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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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언론계 안팎에서는 세무조사 등을 둘러싼 첨예한 논란 속에서 숱한 말들이 쏟아졌다. 사례 별로 짚어보면 먼저 세무조사, 신문고시 추진 과정에서 ‘빅3’라는 단어가 공식명칭처럼 부각됐다. 이는 한나라당 성명이나 논평, 동아, 조선, 중앙 등의 기사에서 자주 출현했다.

“세무조사 ‘빅3신문’ 재갈 물리기”, “신문고시 ‘빅3신문’ 독과점으로 몰기 의혹”, “‘빅3’ 부수 줄여 영향력 약화 노려” 등 주로 야당과 3개 신문에서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부각시키며 사용한 말이었다. 5월 들어 국제언론인협회(IPI)가 김대중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도 “정부 대표들과 관련 미디어, 특히 빅3신문 간의 원탁회의를 마련해 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혀 ‘빅3’라는 단어는 ‘국제용어’로 사용되기도 했다.

심규철 의원의 ‘처첩 발언’과 한나라당의 ‘홍위병 공세’도 언론계 안팎의 파장을 낳은 대표적인 말이었다. 심규철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3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최근 대한매일과 H신문은 특정 신문들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대한매일보다 H신문이 더 공격적이고 앞장서는 듯한데, 마치 서방에게 잘 보이려는 처첩간의 경쟁을 보는 듯하다”고 밝혀 해당 언론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심 의원은 같은 달 2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항간에 회자되고 있는 현상을 비꼬아 전한 것일 뿐, 없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매일은 4월 3일자 기사에서 “지난 98년 제호를 바꾸면서 부끄러운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민영화 등 독립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실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겨레는 6월 심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탄압공방’이 가중되면서 한나라당은 ‘홍위병’이라는 표현을 꺼내들었다. 4월 9일 신문고시 시행 움직임과 관련 장광근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전쟁을 치르듯 언론 죽이기를 시도하는 공정거래위는 정권의 홍위병”이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인식은 언론시민단체로 향했다.

6월 26일 언론자유수호비대위는 “방송들은 일부 시민단체가 비판언론을 공격하는 성명과 주장을 앞장서서 보도하고 있다. 행자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들이 홍위병식으로 동원돼 비판언론 죽이기 음모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7월 27일 성명을 내고“시민단체의 순수한 활동을 ‘홍위병식’이라고 매도한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조중동은 한나라당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보도함으로써 시민단체를 ‘홍위병’으로 매도했다. 그렇다면 조중동은 한나라당의 기관지란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논란의 다른 한편, 탄압 주장에 맞선 ‘말 바꾸기식’ 반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정부의 언론 탄압’,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측은 지난 9월 “요즘 정국을 보면 정부의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언론이 정권을 탄압하는 형국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도 “일부 언론의 대정부 공세가 얼마나 심한가. 가히 ‘언론의 정권 길들이기’라고 할 만 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