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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데 있다

[서평] 동아 이수형 기자 <오프 더 레코드>

박주선 기자  2001.12.19 11: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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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동아일보 법조팀 기자는 상복이 많다. 97년부터 현재까지 검찰 관련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여섯 번 탔다. 그 중 두 건은 기자협회가 매년 한차례 시상하는 ‘한국기자상’의 영예를 안겨 주기도 했다. 취재 경쟁이 어느 출입처보다도 치열한 검찰 기자실에서 잇따른 특종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운좋은 사람에게 찾아오는 행운 때문만은 아닐 테다.

“무지렁이처럼 사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이렇다’는 것을 알려줄 의무가 우리(기자)에게 있다.” 이 기자가 최근 펴낸 <오프 더 레코드>에서 밝힌 평범한 듯 보이는 이 말을 실천해온 것이 특종의 비결이 아닐까.

<오프 더 레코드>에는 특종, 낙종, 오보, 진실에 관한 화자 L의 취재 뒷얘기와 “범인을 만드는 데 급급했던 경찰과 경찰로부터 사건을 받아 그대로 법원에 넘겨주는 지게꾼의 역할을 했던 검찰”에 대한 쓴소리가 실려 있다. 무엇보다 L의 인간적 고민과 진실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얘기가 필자와 독자들의 거리감을 좁혀준다.

“사실을 보이고 들리는 대로 보고 듣자.(…)그러나 그것이 진실은 아니다. 진실은 보이고 들리는 대로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보고 듣는 데 있다.” 옷로비 사건, 안기부 돈 선거자금 지원사건, 김현철씨 비리사건, 국정원 게이트 보도 등 L의 ‘진실 찾기’. 그러나 정작 L은 “특종은 허무했다”고 한다. “특종을 해서 세상이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라는 반문이다. 하지만 L은 “그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것. L이 10여 년만에 찾아낸 ‘특종’이다”라고 에필로그에서 전한다.

책 속에 나오는 ‘오프 더 레코드-영원히 탈고 안될 진실’도 궁금하다. ‘옷로비 의혹사건’이 시작된 지 2년 후 옷로비 사건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회사로 걸려온 한 아주머니의 전화. 7~8년전부터 겪은 그녀의 일들을 들은 L은 “그 일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사건은 궁극적으로 이 정권의 불행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더 이상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