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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성희롱 예방교육 '모양만'

인터넷 게시판·사보 이용 등 '의무방어' 그쳐

서정은 기자  2001.1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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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실시하더라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언론사의 경우 교육 방식과 내용이 지극히 형식적이고 참석률도 저조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많은 언론사가 인터넷이나 사보를 통해 관련 자료를 게시 또는 배포하는 것으로 예방교육을 대체하고 있으나 이러한 방법은 근로자 10인 이하의 사업장에만 해당된다. 따라서 언론사에서 홍보물 게시와 배포로 예방교육을 대체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지난 99년 2월부터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1년에 한 차례 이상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돼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강사, 교육방법, 시간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으나 홍보물 게시나 배포는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자료의 단순 배포와 게시는 ‘보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식이기 때문에 교육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사가 ‘의무방어’식으로 이같은 편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해부터 사보에 한차례 ‘성희롱 자가진단 테스트’ ‘직장내 성희롱 예방 10계명’ 등을 게재한 게 전부다. 한겨레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비디오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참여율이 저조하다. MBC는 사내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해 지난해 9월과 지난 6월 성희롱 예방 관련 자료를 공지하고 비디오 사내 방영을 2회 실시했다. SBS도 지난해 말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사내 게시판에 성희롱 관련 자료를 게재하는 것으로 예방교육을 대체하고 있지만 모두 교육 미실시로 간주된다. 반면 문화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 등은 예방교육은 물론 이같은 홍보물 게시나 배포조차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언론사들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아일보는 매년 한차례 부서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법규정과 예방지침, 대처방안 등을 단순 공지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매일의 경우 각 팀별로 팀장이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을 받은 팀원들의 사인을 근거 자료로 제출하고 있지만 사실상 교육의 전문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대한매일 인사팀 한 관계자는 “예방교육은 필요하지만팀장이 교육을 하기 때문에 전문성도 없고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올 초 각 부서별로 조회 시간 등을 이용해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으나 기자들은 “교육받은 적 없다”, “언론사에서도 그런 걸 하느냐”고 되묻는 실정이다.

경향신문의 경우 올 단체협약에 성희롱 예방교육 조항을 신설하는 등 교육의 필요성에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올해 실시한 교육에는 주로 여직원들이 참가했을 뿐이다. 연합뉴스도 지난 11일부터 나흘간 전 직원 대상으로 시청각 교육을 실시했으나 참석률이 50% 미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의 교육 참석률이 낮아도 과태료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방교육이 내실 있는 효과를 거두려면 회사 차원에서 전 직원에 대한 교육 시간을 확보하고 전문 강사를 초빙하는 등 다양한 지원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21세기여성미디어네트워크’로부터 성희롱 예방교육 모범 사례로 선정돼 특별상을 받은 KBS(연수원)의 경우 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해 KBS 전 지역국별로 순회 강연을 진행하는 열의를 보였다. 올해부터는 사내 모든 연수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방식을 바꿔 전 직원의 70∼80% 정도가 교육을 받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노동부 여성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신문·방송사에 노조가 있는데도 제대로된 성희롱 교육이 실시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노조가 조합원의 권익을 방기하는 셈”이라며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교육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