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편집국 기자협의회(회장 이충재)는 신상석 편집국장이 정치권, 여권핵심인사 등과 관련된 비판 보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며 편집국장 탄핵안 발의를 20일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다.
기자협의회는 20일 사내 전산망에 올린 발의사유서에서 ▷박금성 전 서울경찰청장 학력위조건 축소보도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당시 박지원씨 관련설을 다룬 이운영씨 인터뷰 누락 ▷문일섭 전 국방차관의 수뢰설 의혹 축소보도 ▷최택곤씨 김홍업씨에 구명운동건 축소보도 등 신 국장의 지시로 주요 기사들이 축소,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기자협의회에 따르면 박금성 전 서울경찰청장, 문일섭 차관 보도의 경우 국장이 1단 이상으로 키우지 말 것을 지시해 축소편집됐다. 이운영씨 인터뷰 건은 대부분의 일간지에서 보도됐으나 한국일보에는 실리지 못했다. 최택곤씨 구명운동건은 아태재단을 방문, 사실관계를 확인해 1면 머릿기사로 기사화했으나 국장의 지시로 1면 3단 기사로 밀려났다.
이같은 내부 불만이 탄핵안 발의 결의로까지 표출된 것은 21일자 패스21 김현규 감사와의 인터뷰 보도 때문이다. 기자협의회는 “윤태식씨의 급성장 배경에 전 여권고위인사가 관련돼 있다는 인터뷰 내용이 단독 기사로 20일자에 출고됐으나 국장의 지시로 하루 늦은 21일자에 보도됐고, 실명대신 여권핵심인사로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여권핵심인사 P씨’마저 ‘여권핵심인사’로 바뀌었다고 반발했다. 신재민 사회부장은 21일부터 3일간 휴가를 내고 항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신상석 편집국장은 이에 대해 “사실확인이 안 된 내용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익명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국장은 또 “기사판단시 출고부서와 상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급박한 경우엔 직접 판단을 내리는데 사적 관계에 따라 기사를 조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협의회의 탄핵안 발의 결의 이후 실질적인 탄핵 절차가 진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기자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27일 “27일 기자협의회 상임집행위 회의에서 다수가 발의안을 편집국 평의회에 제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며 “최종 결정은 28일께 대의원대회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국장 탄핵의 경우 편집국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 편집국 평의회에 발의안을 제출한 뒤 15일 이내에 찬반 투표를 실시해 편집국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규정상 21일부터 25일까지 편집국원 230여명 중 120여명이 발의안에 서명을 해 발의요건은 갖춰졌다. 특히 편집국원 중 계약직, 부장급 이상 간부들을 제외한 기자협의회 구성원이 180여명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수 기자들이 발의안에 서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국장 탄핵 발의안 제출 여부를 떠나 기자들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