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 로비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김영렬 서울경제신문 사장과 윤태식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패스21과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김 사장과 그의 가족은 패스21의 주주이다. 김 사장은 지난달 2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98년 패스21이 부인 소유의 규수당 건물에 입주하면서 임대료 대신 주식을 줬다”며 “이때 지분 10% 가량을 본인과 부인, 두 아들의 명의로 취득했고, 부인이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금씩 팔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식은 부인이 관리해 잘 모른다”며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지난달 27일자에 “김 사장은 지난해 6월경 자신 소유의 패스21 주식 지분 가운데 6500주를 주당 15만원에 현대증권에 팔아 매각대금 9억7500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김 사장은 패스21 창업 당시 지분 16%(1만6000주)를 주당 1만원에 받았으며, 99년까지 실시된 유상증자시 주당 납입대금이 1∼2만원임을 볼 때 김 사장이 매입 가격보다 7.5∼15배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주식관계 뿐만 아니라 패스21의 초기 상호명인 ‘규수당브라콤’이 부인 윤씨가 경영하는 ‘규수당’과 회사명이 유사한 점을 볼 때 출발 당시부터 양측이 긴밀한 관계를 가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부인 윤씨는 98년부터 ‘베스트링크’라는 벤처인큐베이팅 회사를 통해 규수당 건물에서 패스21, 씨에프랑스 등 10여개 벤처기업을 지원했던 것으로 당시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베스트링크’를 법인으로 전환할 당시 매경, 한경, 한국일보 등이 ‘베스트링크’에 대해 “초기 자본투자는 물론 투자자문 기술지원 경영컨설팅 홍보마케팅 등 벤처기업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부인 윤씨가 벤처인큐베이팅 사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패스21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김 사장도 “부인이 하고 있는 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은 말 그대로 벤처기업을 돌봐주는 것”이라며 “가장 처음 시작한 것이 패스21”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 패스21의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김 사장의 장남이 98년 9월부터 99년 8월까지 감사로, 차남이 98년 9월부터 2000년 6월까지 이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특수관계’를 감안할 때 김 사장이 당시 국정원장, 전직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윤태식씨에게소개해 준 것은 패스21의 사업확장과 주가상승을 위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김 사장의 얘기대로 로비가 아니었더라도 특정 기업을 위해 전직 장관을 회장으로 영입하고, 국정원에 기술을 알릴 기회를 마련해준 점 등은 석연치 않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이규성 전 장관을 윤태식씨에게 소개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상식에서 벗어난 로비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부인의 회사에 기술력이 뛰어난 벤처회사가 입주해 있어 고교동창인 이 전 국정원장과 기자시절 잘 알던 이 전 장관에게 소개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