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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21' 언론보도 어땠나

1면 머리·사설…서울경제 지면배치 '파격적'

서정은 기자  2001.12.28 11: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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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식 게이트’와 관련 언론사 간부들의 로비 의혹 및 개입설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윤씨의 사업체인 ‘패스21’을 다룬 언론 보도에서도 이같은 특수관계가 상당한 영향을 미쳐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패스21이 설립된 98년 9월부터 최근 ‘윤태식 게이트’ 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8일까지 3년치의 기사를 대상으로 ‘카인즈’에서 ‘패스21’로 기사 검색을 실시한 결과 10개 종합일간지에서 모두 91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한 신문당 평균 10여건 안팎으로 기사를 쓴 셈이다. 반면 매일경제는 총 59건으로 가장 빈번하게 패스21 관련 기사를 써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가 20건, 한국경제가 23건, 내외경제가 25건인데 비해 두배 이상 많은 수치다.

기사 처리 방식에서 가장 두드러진 곳은 서울경제다. 서울경제는 타 매체가 단신 정도로 처리한 패스21의 각종 업무제휴 및 해외진출, 합작법인 설립 관련 뉴스를 대부분 사진까지 실으며 비중있게 처리했고 1면 머리, 사설, 특집·기획, 윤태식씨 인터뷰 등 파격적인 지면배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는 지난 99년 12월 22일자 1면 머리에서 ‘신개념 휴대폰 세계 첫 개발’ 제하의 기사로 패스21이 지문인식 보안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패스폰’을 주요하게 소개한데 이어 같은달 29일자에서는 ‘이달의 벤처기업인’으로 패스21을 선정해 보도했다. 지난해 1월 10일자 ‘전자상거래 정보노출불안 심각’ 기사에서는 “인터넷뱅킹 이용자중 75.8%와 인터넷 쇼핑 이용자중 73.6%가 개인정보 노출에 대해 불안하다고 대답했다”며 “이에 따라 패스21과 한빛은행이 오는 3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려는 생체인증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적지 않은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패스21을 추켜세웠다. 특히 지난해 7월 25일자 1면 ‘패스21, 미 베리디콤 인수…세계 지문인식 시장 석권 가시화’ 제하의 기사에 이어 다음날 ‘한국 벤처기술의 개가’ 라는 사설을 싣고 “패스21이 세계 지문인식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는 길을 열게 됐다”며 “패스21은 자만이나 자족에 빠져서는 안되며 이제 성공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할 때”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매일경제는 사설이나 1면 머리는 없었으나 지난 99년 12월과 2000년 1월 윤태식 당시 패스21 회장을 인터뷰한데 이어 같은해 12월 21일자‘커버스토리-지문인증 기술 세계 재패’ 제하의 기사에서 윤씨와 패스21을 집중 조명하는 등 윤씨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인터뷰를 수차례 게재했다.

이에 대해 당시 패스21 관련 보도를 담당했던 서울경제 한 부장은 “패스21과 사장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도 사실이나 나름대로 기술력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매경에서 보도를 더 많이 했는데 그것은 패스21이 서경보다 매경이 영향력 있으니까 더 공을 들인 것 아니겠나. 윤씨가 몇번 보도자료를 들고 찾아오거나 보도 이후 고맙다고 찾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당시 담당 기자도 “기술개발, 제휴소식 등 발표기사가 대부분이었고 윤씨 인터뷰는 다른 매체에서도 많이 다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체인식 분야가 시장 초기 단계이고, 일개 업체인 패스21의 인수·제휴, 해외 시장 진출이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1면 머리에 사설까지 쓰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높다.

한 신문사 벤처팀장은 “한 신문이 어떤 기사를 비중있게 쓰면 경쟁지들은 뒤따라 쓰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서울경제와 매일경제는 기사 가치가 크지 않은 것도 서로 앞다퉈 싣는 경우가 많았다”며 “패스21이 지문인식업체 가운데 선도업체인 것은 사실이나 이처럼 일개 특정 업체만을 계속 반복해 보도하는 것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