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가 쉬운 적은 없었지만 이 달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심사위원들의 ‘신음소리’가 유난히 높았다. 신기한 것은 격론이 벌어지지만 최종 ‘낙점’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달도 예외는 아니었다. 13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취재보도 7건, 기획보도 5건, 지역취재보도 9건, 지역기획보도 5건, 전문보도(영문) 및 특별상(비회원) 각 1건 등 모두 28건이 출품됐다. 수상작은 7건.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이진동 등)의 ‘진승현게이트 국정원 개입’과 동아일보(이수형 외 4)의 ‘국정원 고위간부 금품수수 추적보도’가 동일 사건에 대한 기사여서 논의가 길었다. 특별상 부문의 내일신문(홍장기 외 4) 기사 ‘검찰, 진승현 구명로비 은폐의혹’도 함께 논의됐다. 이들은 모두 진승현사건 등 이른바 ‘3대 게이트’ 규명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수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부분적인 특종이기 때문에 사건 종결 후 공적을 가리자는 의견이 있었다. ‘코끼리를 만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부분만을 밝힌 기사 중에서 우열을 가리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달까지의 사건진행과 언론보도에 영향을 미친 성과’가 수상 기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결국 한국일보의 국정원 직원 폭행의혹 보도가 사건화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결정.
‘수지킴 사건 7년 추적기’(동아 신동아팀 이정훈)는 사건보도 시점 자체는 과거지만 보도의 의미가 최근에 드러났고, 기자의 직업정신과 용기를 보여준 귀감이라는 점에서 역시 취재보도 부문의 수상작으로 선정.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매일신문(정인열)의 ‘UR 10년-우리 농업 어디로 가나 등’ 연재기획물이 수상했다. ‘교과서가 될 정도의 역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100조원을 쏟아 붓고도 결실을 얻지 못한 한국 농정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뤘다. SBS(정하석)의 ‘대학병원 진료비 바가지’ 역시 중요한 문제를 잘 짚었다는 평가였지만 수상하진 못했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중부일보(한동훈 외 1)의 ‘단국대 천문학적 시세차익 노렸다’는 한 대학이 엄청난 시세차익이 나는 부지 용도변경을 추진한 사실을 비판적으로 보도해 이를 막을 수 있었던 기사다. 역시 같은 부문에서 수상한 연합뉴스(박순기 외 2)의 ‘한국 교수 3명표절논문으로 국제망신’은 제자의 저작물에 저자로 편승하는 일부 교수들의 관행과 표절이 국제망신으로까지 이어진 사건을 특종 보도.
지역기획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여수MBC(박광수)의 VJ기획 ‘르포 섬’은 한국의 섬이 황폐해 가는 과정을 낙도 우체국 폐쇄 등의 사례를 통해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심사위원 전원이 수상작으로 지목한 이 작품은 기자가 혼자 취재, 촬영 및 편집을 완성하는 VJ(video journalist)의 저널리즘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코리아헤럴드의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엉터리 영어 표지판(최용식)이 수상.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의 영문 오기가 한 두 개가 아니라는 사실은 경기장 운영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짐작케 했지만 기사에서는 아쉽게도 이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한라일보의 ‘한라산 학술 대 탐사’(강문규 외 2)는 책으로도 발간된 역작이며 지방일간지로서 의미있는 기획이지만 일간신문 저널리즘의 영역을 벗어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작품은 ‘한국의 기자상’ 도서출판부문 후보로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사위원들은 기자상 출품시 한 기사에 너무 많은 기자의 이름을 올리는 경향은 수상자 양산 등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실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기자만 시상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