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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한국 추위, 일본 추위

백종인일간스포츠기자  2001.12.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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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월 4일. 한 겨울이던 서울을 출발해 나고야에서 이민 가방 몇 개를 옮기다 보니 온 몸에 땀이 났다. ‘별로 춥지 않군.’ 하지만 방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손바닥만한 방 어디에도 따뜻한 구석은 없었다. 아무리 영하까지는 떨어지지 않는 곳이라고 해도 난방 장치 없이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나마 전임자가 물려준 전기 담요와 스토브가 있어 다행이었다. ‘춥지 않은 곳이니까 겨울옷은 많이 필요 없을 거야’라고 말했던 사람을 쫓아가 패주고 싶었다.

비슷한 시기에 부임했던 어느 특파원은 그나마 물려받은 것도 없어 새로 산 난방기구가 배달될 때까지 2~3일간 추위에 떨다가 감기까지 걸려 눈물이 핑 돌았다는 얘기를 나중 술자리에서 했다. 추위에 더 약한 집사람과 꼬마 녀석은 3년 동안 겨울만 되면 집안에서도 내복을 입고 지냈다.

올 11월 26일 인천 공항에 내렸다. 3년, 정확하게 34개월만의 귀국이었다. 바깥 바람은 매웠지만 아침에 잠을 깨 이불 밖으로 나와도 훈기가 돌았고,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이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마누라한테 큰 소리쳤다. “관리비 얼마든지 내줄 테니까 아끼지 말고 보일러 때자.”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지.

집 정리니 친지 문안이니 해서 휴가 낸 일주일이 후딱 지났다. 3년만의 출근.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고마웠다. 마치 긴 여행을 끝내고 내 자리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편집국 공기는 ‘그게 아니올시다’였다. 같은 일, 같은 사무실, 같은 동료들이었지만 3년 전과는 달랐다. 더 힘들어하고, 더 치열해졌다. 경쟁지도 배로 늘었고, 반대로 살기는 더 빠듯해졌다. 웬 술들은 또 그렇게 마시는 지…. 그새 편집국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선배들. 양 손가락으로 모두 꼽아도 모자랐다. 모두들 퇴근하면 잠자리 들기 바쁘고, 동트기 전에 집을 나서야 출근이 늦지 않는다며 입이 댓 발씩 나왔다.

비단 우리 회사만은 아닌가? 비슷하게 근무하다가 귀국한 타사 동료는 “영 분위기 파악도 안되고, 외국에 온 것 같다”며 쓰게 웃는다. 역시 고국의 겨울은 맵구나. “사무이, 사무이, 혼토니 사무이(춥다, 추워, 정말로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