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 게이트’의 언론인 연루 사건으로 연초부터 기자윤리가 도마에 올랐다. 기사를 써주고 대가성으로 주식을 받았거나, 보도를 막아주겠다며 주식과 현금을 요구했다는 등의 혐의가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언론인의 윤리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게 수차례라는 점이다. 관련기사 2·3·4·5면
이 때문에 언론의 자정 선언이 말 그대로 선언에만 머물러왔다는 비판과, 언론인들의 주식 투자 제한, 언론사 경영진들의 재산 자진 공개 등 실천을 담보할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여년간 언론윤리 문제는 ‘사건’과 ‘자정선언’을 되풀이해왔다. 지난 91년 ‘수서 사건’과 ‘보사부기자단 촌지수수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자정운동이 현안으로 부각됐다. 당시 기자협회와 언론노련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자정의지가 실제적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 언론계가 합심해 언론의 도덕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 실천에 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 지난 99년 기자협회는 또다시 ‘언론계 모두의 환골탈태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중앙일보 경제부 차장이 미공개 정보를 주식투자에 이용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KBS 보도국 차장도 한 업체에 금품을 수수하고 관공서에 민원 청탁을 한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연말에는 한 기자가 언론 길들이기 문건을 작성하고 또다른 기자가 그 문건을 정치인에게 제공한 ‘언론대책 문건’ 사건이 이어지면서 또다시 자정을 다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가깝게는 지난해 11월 전국언론노조가 창립 1주년을 맞아 윤리강령 확립을 위한 실천지침 등을 포함한 ‘언론인 자정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정 선언과 요구가 되풀이됨에도 불구, 또다시 권력형 비리 사건에 언론인 연루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촌지는 ‘일회성’으로 끝날 여지가 있지만 주식을 받는 경우 해당 기자가 관련 기사를 내보낼 가능성이 많고 그에 따른 피해는 일반 투자자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보다 크다는 지적이다. 김 전 국장은 “이제까지 개별사나 언론계 차원에서 수차례 윤리강령이 만들어졌지만 더 이상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증권거래법, 공직자윤리법 등관련법을 강화해 공직자들과 언론인의 주식 투자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94년 CBS 선례가 있는 언론사 경영진의 재산 자진 공개, 경제 관련 부서 기자와 간부들의 주식 투자 등 언론사 자체 규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거론되고 있다. 일례로 뉴욕타임스의 경우 ‘이해상충 지침’을 통해 ‘사업 및 금융기자는 일상적으로 취재하는 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고 시장 출입기자와 주식 담당기자 등은 어떤 회사 주식도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편집인 등 간부들은 매년 서면으로 주식 소유와 거래 내역을 회사에 제출토록 하고 있으며 규정 위반시 파면 등 징계 조치를 취한다고 명시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보도기준 및 윤리’ 규정에서 기자들은 담당 부장에게, 부장들은 편집국장에게 주식소유 등 금융현황을 공개토록 하고 있다.
유일상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장 올바른 방안은 법적 강제보다 언론인 자율적으로 윤리의식을 강화하고 자정 분위기를 확립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언론단체들이 연계해 자체 감시와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식 게이트로 불거진 언론윤리 문제가 법제도적 정비 필요성을 제기하는 가운데 언론의 ‘자율 정화’ 능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