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에 편성규약 제정시기에 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방송사가 편성규약을 제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는 방송법이 제정된 지 2년여가 지나도록 사실상 상당수 방송사가 편성규약 제정의무를 위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제재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어서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전주지검과 인천지검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지 않은 방송사를 각 지방검찰청에 고발한 것과 관련, 각각 지난달 11과 지난 7일 전주방송과 경인방송에 대해 잇따라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언개연이 같은 이유로 고발했던 SBS 등 다른 방송사에 대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주지검은 공소부제기 이유에서 “방송사업자에게는 방송편성규약제정 및 공표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방송편성규약 제정시기에 관하여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위 규정에 의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안상운 변호사는 “법률해석을 잘못한 것이다. 검찰의 의결대로라면 방송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10년, 20년이 지나도 방송법을 어긴 사업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항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각 지방검찰청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자 방송계에서는 방송법의 편성규약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위원회 행정1부 신승한 차장은 “현재 31개 방송사 가운데 7개 방송사가 편성규약을 제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이들 방송사에 대해서는 3차례에 걸쳐 규약 제정을 촉구해왔으나 법에 제정 시한이 명시돼 있지 않아 벌칙 조항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취재 및 제작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시한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