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인식시스템 업체인 패스21과 수임료로 스톡옵션 계약을 맺었던 김성남 부패방지위원장 내정자가 사퇴했고 정보통신부 2급 관료에 대한 주식로비 혐의가 확인되었다. 현재 윤게이트에는 청와대 경호실 직원, 국정원 전 직원, 경찰청 직원, 중소기업청 간부, 전 재경원 사무관, 국세청 공무원, 모경제신문 고위 간부, 전 국회의원 전직 장관 그리고 방송사 PD, 현직기자·데스크 등이 총망라돼 있다.
검찰은 수사대상을 확대해 본격 소환조사를 벌이기로 해 수사결과에 따라 전혀 예상밖의 ‘로비몸통’이 등장할 수도 있다. 불똥이 어디로 어느만큼 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 14년만에 진상을 드러낸 ‘수지김 살해 은폐조작 사건’의 장본인 윤태식씨의 벤처사업 거대 로비망에 우리 언론도 그 한 몫을 단단이 하고 ‘패스21’의 초고속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은 엄청난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패스21’ 홍보성 기사를 쓴 취재기자가 해당기업 주식 000주를 갖고 있고 담당부장이 000주를, 관련차장이 000주를 소유하고 있다면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통상적인 기사 게재 횟수와 원고량을 3∼5배 뛰어넘는 보도행태는 무엇을 의도하고자 함인가.
파격적인 1면톱, 관련 사설, 특집, 와이드 인터뷰에 “벤처기술의 개가” “세계시장 석권” 등의 낯간지러운 제목 뽑기는 무엇을 맛보려고 했던 것인가.
‘패스21’ 주식을 소유한 언론인은 25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주식취득의 대가성이 밝혀지면 배임수재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검찰조사 결과 일부 기자들은 ‘패스21’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1주에 30여만원에 거래되는 2000년 6월경 윤씨에게서 1주에 5000원에 분배받기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다.
국민은 언론에게 감시자의 신성한 의무와 권리를 맡겼다. 독자와 시청자는 언론에게 우리 사회의 정직한 여과권한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부끄러운 언론은 한바탕 ‘벤처쇼’에 조연으로 거들었고 그 와중에 ‘떡고물’을 챙기려 하였다. 지나치게 우호적인 기사를 써서 주식을 무상으로 또는 액면가로 받았다면 이것은 ‘촌지’를 위장한 뇌물수수이다. 액면가 5000원짜리가 50만원으로 폭등했다면 그 거래차익은 엄청난 불로소득으로 다가온다.
벤처붐이 휘몰아칠 때 노골적인 기사를 정기적으로 집중적으로 게재하여 주가흐름을 좌지우지했다면주가조작혐의까지 부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벤처-언론 유착’은 아직 극소수 언론인만이 관련되어 수사중이다.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엄단돼야 마땅하다.
우리는 다시 한번 언론 본연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기업체가 제공하는 홍보자료와 보도자료가 그대로 기사화돼서는 안된다.
윤태식씨와 관련 주간동아(당시) 이정훈 기자와 SBS 남상문 PD는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살인범행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윤씨와 국가공권력의 공모를 파헤쳐 우리에게 언론의 기본사명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그 장본인 윤씨가 벤처주식을 살포하며 벌여온 ‘벤-언 유착쇼’는 우리에게 무엇을 일깨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