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민주당 당료 최택곤씨를 통해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렇게 말했다.
“진승현씨는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 전 차관의 말은 “진씨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로 달라지더니 의혹 제기 이후 2주일여가 지나자 최씨로부터 진씨 사건에 대한 금감원, 사직동팀, 검찰 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1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정치인의 말 바꾸기나 ‘일단 부인하고 보자’는 식의 행태는 새로운 게 아니다. “안한다”고 하더니만 결국 해버리고,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하다가 구속되는 인사를 여럿 봤다.
본보는 지난호(1123호)에 ‘윤태식 게이트’의 언론인 연루 의혹이 불거지자 몇몇 거론되는 언론계 인사들의 해명을 실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인사들은 “사실무근”,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패스21 주식을 가지고 있는 언론인 명단이 공개되면서 이들의 말이 달라졌다.
“사실무근”이라던 한 기자는 “집사람이 돈을 주고 정당하게 투자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사표를 냈고, 8일 홍보성 기사를 써준 대가로 주식과 현금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경제지의 한 부장도 “윤씨가 부인의 주민등록등본을 달라고 해서 준 적이 있다”며 뒤늦게 주식 보유 사실을 시인했다.
여기서 언론인의 주식 보유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다만, 정초부터 언론인의 윤리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식상할 만치 겪어왔던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 행태를 몇몇 언론인에게서 다시 접해야 한다는 게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