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최근 각종 정책 혼선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형수 사무총장이 ‘인적쇄신’을 요구하며 지난 14일 돌연 사표를 제출한데 이어 실·국장 전원이 연이어 사표를 내는 등 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내·외부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김정기 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방송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형수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오전 “방송위원회의 업무가 마비돼서 더 이상 일을 진행할 수가 없다. 이같은 난국을 해결하는 길은 인적쇄신 뿐”이라며 김정기 위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어 실·국장 6명 전원도 이날 같은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해 현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김정기 위원장에게는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 총장과 실·국장들에 대한 사표는 현재 반려된 상태이다.
한편 방송위 노조는 이날 비상총회를 갖고 “방송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독립된 방송위원회의 권위가 허물어지는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위원회의 근본적인 자기개혁 없이는 더 이상의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김정기 위원장의 자진사퇴만이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위 노조는 이에 따라 지난 15일 위원장실 앞에서 김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이같이 사무총장과 실·국장들이 전원 사직서까지 제출하게 된 것은 최근 방송위의 채널정책 발표 이후 지역방송사가 일제히 반발하고 정치권 까지 방송위의 정책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실상 업무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상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호화 잠자리 문제’ 등 확인되지 않은 개인비리까지 회자되면서 방송위의 위상은 크게 추락한 것이 사실이다.
한편 나 사무총장의 돌연 사퇴와 관련해서는 한때 국정홍보처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등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에 대해 나 사무총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나 사무총장은 “방송위가 처한 상황 등이 괴로워 개인적으로 떠나려고 한 것”이라며 사직서가 반려된 것과 관련해서는 “16일 위원장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후 최종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대 관심은 김 위원장의 자진사퇴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사직서를반려하기는 했으나 사무총장과 실·국장들의 움직임이 자신을 향해 있고 노조의 반발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부담스런 대목이기 때문이다.
또한 위성재전송과 관련해 국회에서 방송법 78조를 개정할 경우 방송위의 채널정책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가 입법미비 사항을 가지고 정책결정을 내린 데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16일 국회 문광위 법안소위가 예정돼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