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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만큼 주겠다"…언론사 '능력급제' 바람

기사량 등 계량화 평가 곤란…부작용 우려도

박미영 기자  2002.0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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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공정·객관성이 새 인사제도 성패 좌우





동아·대한·SBS·MBC 도입 움직임



“성과와 능력에 따라 보상을 차별화 한다.”

최근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언론사들의 주요 관심사는 ‘능력급제’로 모아진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별화 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평가방식.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제도를 마련하느냐가 이같은 제도 개선의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인사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언론사는 동아일보, 대한매일, SBS, MBC 등 4개 언론사. 동아일보와 대한매일은 상반기 시험실시를 통해 하반기부터 전 사원에 대한 능력급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SBS는 현재 간부들에 대해서 실시하고 있는 능력급제를 내년부터 전 사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MBC도 7월부터 간부들에 대한 능력급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외에도 이미 한국일보가 편집국 기자들에게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KBS 등 일부 언론사도 간부들에 대해서는 이미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등 언론사에도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구체적으로 오는 3월부터 넉달간 시범실시를 거처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새 인사제도를 도입한다. 1년에 2차례 평가를 실시해 등급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 이번 인사제도의 주요 골자다.

평가는 차장과 부장이 1, 2차에 걸쳐 실시하고 국장이 조정작업을 하는 등 3단계에 걸쳐 이뤄지며 집단평가를 함께 실시해 부서 업적평가에 따라 평기자의 등급별 배분비율이 달라진다. 업적이 좋은 부서는 상위등급의 비율을 늘리고 나쁜 부서는 하위등급의 비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등급은 5등급으로 평균등급을 100%로 하고 상위등급과 하위등급에 성과급의 차이를 두기로 했으나 그 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매일은 기본재원 5억원과 매년 발생하는 영업이익 합산 금액을 능력별로 차등 지급한다. 단 영업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전년대비 영업이익 개선분을 합산한다. 올 상반기부터 평가를 시작해 연말에 개인별 점수를 내고 내년 초부터 성과급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평가는 객관평가인 국, 팀에 대한 평가와 주관평가인 개인별 평가로 나뉜다. 객관평가는 매년 말 현업 부서와 기획팀이 협의하고 경영기획실, 평가위원회 등을 거쳐 확정한 목표치를 달성하는 정도에 따라 국, 팀 단위로 이뤄지며,주관평가는 팀장의 팀원 평가, 상향평가, 사원간 평가가 함께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공정한 평가방식이 관건



SBS는 현재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능력급제를 내년부터 전사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인사평가제도에 대한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SBS는 이와 관련 2003년부터 전 사원에 대한 능력급제를 도입하되 노사가 함께 새로운 인사평가제도를 연구 검토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MBC도 7월부터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 대해 능력급제를 도입하고 현재의 단일호봉제를 폐지하는 대신 직급별 호봉제를 도입한다. MBC는 이를 위해 현재의 인사고과제도를 업적평가와 역량평가로 분리하는 등 평가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승진과 보상에 직접 반영하기로 했다. 또 조직성과평가제도를 도입해 본부, 국, 부별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 대한 평가에 직접 반영한다. 이외에 부국장급과 부장대우급을 없애는 등 직급체계도 축소했다.

그러나 이같이 언론사에 확산되고 있는 능력급제 도입에 대해 ‘일하는 사람을 공정하게 대우해 준다’는 제도의 취지 면에서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평가방식을 놓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기자들의 경우 업적을 기사량, 또는 특종 건수 등으로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MBC 노조 홍기백 홍보국장은 “평가방식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주관적인 요소가 많은데 그 결과는 승진과 임금에까지 직접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다 공정성을 요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능력급제 도입이 연봉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창희 동아일보 경영총괄팀장은 “연봉제와 관련해 아무런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바는 없지만 연봉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팀장은 “한국사회의 연공서열 관행을 깨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기자시장’이 아직까지 형성되지 않아 연봉제의 실시는 어느 정도 시간이 더 지나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쨌든 언론사에도 더 이상 같은 기수로 들어온 동기들이 모두 같은 월급을 받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자칫 과도한 경쟁과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일한 만큼 대우한다는 능력급제와 연봉제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