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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추락하는 검찰

송금호  2002.01.16 11: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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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 사회부 기자



지난 98년 4월 9일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2개월만에 법무부를 방문,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결연한 표정으로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말했다.

야당후보로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잡은 김 대통령으로서는 국가의 중추 권력기관인 검찰의 충성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특히 그는 막강한 검찰권을 통해 국가기강 확립은 물론 취약한 권력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도 가졌음직하다.

당시 검찰은 신임 대통령의 이 ‘말씀’을 지체없이 받아 챙겼다. 얼마뒤 전국 검찰청사에는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라는 대통령의 말씀이 표구가 돼 걸렸다.

그로부터 3년 9개월이 지난 지금 검찰은 바로 서기는 커녕 비뚤어지다 못해 갈짓자 걸음을 하고 있다. 박수는 못받고 비난만 받는 검찰권을 행사하면서 급기야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옷로비 사건부터 시작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과 함께 법무장관의 사퇴, 대전 법조비리로 불거진 추악한 내부 갈등은 서곡에 불과했다. 총장 탄핵소추는 정치적인 사안으로 치자. 그러나 ‘절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천명하던 법무차관이 구속되고 급기야 검찰총장마저 중도하차했다. 이용호 게이트 등 갖가지 의혹사건에 검찰이 연루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취재하는 기자들은 둘째치고 이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눈과 귀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국가기강을 바로잡자는 김 대통령 앞에서의 충성스런 태도는 간곳이 없고 지금의 검찰은 오히려 국가기강을 해이하게 한 장본인으로 낙인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비난의 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검찰이 흔들리고 권위가 추락하면 사회는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법과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불신과 냉소가 팽배해진다. 법의 원천은 도덕이다. 때문에 법 집행자가 도덕적인 비난을 받는다면 누가 법의 단죄를 받아들이겠는가.

총장의 불명예 사퇴 등 일련의 검찰사태 이후 특별검찰청의 신설 추진 등 몇가지 제도개선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검찰 스스로의 탈 정치화다.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의 말씀을 훌륭하게 표구해서 검찰청사에 걸어놓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검찰 스스로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검찰 자존심의 보루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1년후, 새로운 대통령을 맞는 검찰의 모습이 어떠할지 국민들은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