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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부패 공범…누구를 믿어야 하나"

시민들 충격·실망 "일반 사건 보다 국민피해 크다"

서정은 기자  2002.0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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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보다 직원이기 강요하는 풍토 문제” 지적도





벤-언 유착 각계 반응





‘윤태식 게이트’와 관련 벤처-언론의 상상을 초월하는 ‘검은 거래’가 드러나면서 언론계 전반의 총체적인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이 바로서지 못했음이 다시한번 드러났다”며 언론사의 철저한 반성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김태현 경실련 미디어워치 부장은 “기자들의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데도 이처럼 의혹사건이나 비리사건에 연루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일을 언론계 전반이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두수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도 “언론이 우리사회 부패사슬의 핵심 고리라는 얘기가 사실로 드러났다. 언론이 벤처 육성을 빌미로 돈과 주식을 받고 홍보기사를 써준 것은 언론의 기본 사명을 저버린 것”이라며 “특히 주식 보유자 가운데 일부 경제지 기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점은 기자 정신보다는 사업마인드를 강조하고 요구한데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는 “언론사내 노사가 이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거나 일시적인 모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철저히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일반 부정·비리사건에 비해서도 죄질이 심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상운 변호사는 “공무원이 뇌물을 받고 비리를 저지르면 그 피해자는 몇명이지만 기자가 기사와 보도를 대가로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불특정 다수의 수많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죄질이 훨씬 나쁘다”고 지적했다.

일반 시민들도 로비를 받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언론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매일경제 ‘여론광장’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아이디 yisr)은 “잘못된 신문기사로 인해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해당 신문사는 이를 보상해 줘야 한다. 지금이라도 구속된 기자가 썼던 수많은 홍보성 기사들에 대해 확인을 해야 한다”며 “패스21 사건을 거울로 삼아 근신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한 네티즌(아이디 kjg9420)도 “기자들이 구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어떻게 남을 비판할 수 있겠느냐”며 “독자들을 우습게 알고 침묵하는 다수 국민들의여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변명이 죽 끓듯 하는 언론을 보고 있노라면 하품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동료와 선배들이 구속된 언론사 기자들은 “부끄럽고 착잡하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서울경제 한 기자는 “부장 구속에 사장 소환까지 보면서 어떻게 기사를 대가로 주식과 자가용 등을 받을 수 있는지 황당하고 배신감이 든다”며 “특히 언론사의 경영진이 이런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은 회사에 치명적인 누를 끼칠 수밖에 없어 착잡하다”고 밝혔다.

매일경제의 한 기자도 “부끄럽다. 기사를 대가로 주식을 싸게 받거나 무상으로 취득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내부 윤리강령을 정비하는 등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언론사 기자들도 기자들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이 희박해진 점을 강하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언론사 문화부 기자는 “기자라는 직업 자체를 개인 이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씁쓸하다”며 “요즘 젊은 기자 상당수가 기자를 단지 직장인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연루된 사람들이 간부급 등 선배들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보다 단순히 직장인으로서의 인식을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