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 게이트’의 언론인 연루 사건을 계기로 실추된 기자 윤리와 도덕성을 회복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기자 사회의 자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기자총회 및 편집국 간담회 등을 통해 이번 사태의 원인과 재발 방지책을 모색하는 한편 윤리강령 및 공정보도 준칙을 손질하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김영렬 전 사장이 물러나고 편집국 간부 1명이 구속된 서울경제는 지난 17일 비상 기자총회를 열고 이번 사태의 원인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기자들은 ▷경영진이나 간부들의 부당한 압력이나 지시, 민원 등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동장치 부재 ▷IMF 이후 심화된 수익성 위주의 회사운영 ▷경영진과 기자, 부서간 의사소통 부재 등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기자총회에 참석한 김서웅 사장은 “앞으로 경영진은 경영에만 전념하고 신문 제작에는 일체 간여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또 회사의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도출하자는 기자들의 요구에 대해 “전문 기관에 의뢰해 회사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대답했다.
서울경제의 한 기자는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지 못한 데스크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기자들 스스로에 대한 자성이 쏟아졌다”며 “대다수가 편집권 독립을 이뤄 좋은 신문을 만드는 길 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기자들은 이에 앞서 지난 16일 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권구찬)를 구성하고 사태 수습 및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으며 현재 윤리강령 초안 작업에 이어 공정보도 준칙 및 편집권 수호를 위한 백서 등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17일자 1면에 “언론인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편집국 기자와 간부 등 2명이 구속된 매일경제는 현재 기자협회 지회와 편집국 차원에서 윤리강령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병준 지회장은 “회사 차원에서 사과문을 낸 만큼 그 내용을 실천으로 뒷받침할 윤리강령이 필요하다”며 “윤리강령 개정 작업을 통해 기자들의 주위를 환기하고 윤리적·도덕적으로 재무장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지회는 또 오는 2월 초 간부들을 포함한 편집국 전체가 모이는 간담회를 마련해 기자윤리 문제와 실천 방안, 재발방지책 등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침체된 편집국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자 1면 사고로 사과문을발표했던 매일경제는 패스21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간부 2명에 대해서도 보직을 해임하는 징계 조치를 취했다.
이밖에 자사 언론인이 패스21 주식을 보유해 물의를 빚고 있는 일부 언론사들은 이번 기회에 기자 윤리강령을 대폭 손질해 자율적인 실천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MBC는 최근 “방송강령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보완할 점이 있는지 알아보라”는 김중배 사장의 지시에 따라 ‘방송강령세칙 개선위원회’를 구성하고 실무 작업에 나섰다. 패스21 주식을 보유한 간부 1명을 보직 해임한 대한매일도 편집국 차원에서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윤리강령을 제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