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은 지난 12일 ‘백궁 정자지구 설계변경 의혹’ 보도와 관련, 성남시가 한국일보 기자 7명에 대해 각각 5000만원씩 제기한 급여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지법은 결정문에서 “한국일보로부터 매월 지급받을 급료 중 제세공과금을 공제한 잔액의 2분의 1을 5000만원에 이를 때까지 가압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성남시는 지난해 10월 한국일보사와 사회부 기자 7명에 대해 “성남시가 특정업체와 결탁해 부당하게 용도변경을 하고 특혜를 준 것처럼 국민들에게 인식시켜 명예를 훼손했다”며 10억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제기하면서 기자들의 월급에 대한 가압류 신청도 함께 냈었다.
그러나 15일경 가압류 결정을 통보받은 한국일보 해당 기자들이 항의하자 성남시는 곧바로 취소신청을 했다. 김병량 성남시장은 “가압류 신청을 한 것을 전혀 몰랐으며, 법무계장이 보고하지 않고 가압류 신청을 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자들은 성남시의 가압류 신청 취소와는 무관하게 언론사 소송이 기자 월급 가압류로 까지 이어지고 또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데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가압류 결정을 통보받은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검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비리 의혹을 언론이 제기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며 “기자 월급에 대한 가압류 신청이 남발되면 취재활동이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형상 변호사는 “공익의 관점에서 의혹을 제기한 기사에 대해 해당 기자의 월급을 가압류 신청한 것은 의도적으로 취재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본안 소송만으로도 처리 가능한 건에 대해 가압류 신청을 하는 것은 기자의 ‘입’을 막으려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박 변호사는 또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 의회의 감시 기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체로 신청인의 소명자료만을 보고 ‘가압류 결정’을 내리는 법원의 처분 역시 신중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법조출입 기자는 “권력기관이 기자를 상대로 낸 소송까지 가압류 결정을 내리면 악의적인 채무회피를 막기 위한다는 가압류 제도의 취지가 악용될 수 있다”며 “자유로운보도를 위해 언론인에 대한 가압류 결정은 신청자의 소명보다는 채무회피 가능성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