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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기자사회' 청신호

노동부 간질환 업무상 재해로 인정

서정은 기자  2002.01.23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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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과의 잦은 술자리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항상 간 질환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기자들이 치료비와 휴가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회사 업무로 술을 마시다가 간이 악화된 경우도 산업재해 보상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지난 20일 마련해 이르면 3월부터 시행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간이 좋지 않은데도 업무상 남자는 하루 평균 소주 한병(80g), 여자는 반병(40g) 이상을 3년 동안 마셔 간이 악화된 경우를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물론 유전성 간질환이나 개인적 이유로 상습적인 과음을 해 알콜성 간질환이 생긴 경우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

그동안 간질환은 과도한 업무 수행 여부와 잦은 술자리를 증명하는 게 쉽지 않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나 재판까지 이어질 경우 대부분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많아 간 질환 등 신종 직업병을 보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돼 왔다.

실제 기자들의 건강은 이미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특히 취재의 연장선상으로 이어지는 잦은 술자리와 폭탄주 문화는 기자들의 간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국민일보의 건강 검진에서 재검진자 42명중 28명의 재검진 사유가 간 질환이었다.

언론재단이 지난해 전국 언론인 7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에서도 일주일에 ‘3회 이상’ 술을 마시는 경우가 38.8%, 2회가 31.0%, 1회가 24.8%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조가 지난해 전국 131명의 취재기자를 대상으로 언론노동환경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45%가 건강상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주요 질병 유형으로 알콜성 지방간(21명, 39.6%) 위염(8명, 15.1%) 간장질환 의심(7명, 13.2%) 고지혈증(7명, 13.2%) 등을 꼽았다. 육체적·정신적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기자들은 하루 일과 중 저녁 술자리와 회식자리에 평균 49분을 할애하고 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규 차장)는 “업무상 간 질환도 소송을 거치지 않고 바로 산재 처리되는 길이 열렸다”며 “기존 간염보균자라 하더라도 기자 업무 특성상 잦은 술자리와 과도한 스트레스로 병이 발병하거나 악화됐을 경우 치료비나 입원비, 휴가비 등을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된 만큼 기자들이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상 재해 인정>



·작업환경에서 디옥신 등 유해물질에 노출돼 생긴간질환

·작업환경에서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

·바이러스성 간질환을 가진 근로자가 업무 도중 다른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

·업무상 음주로 인한 악화

(남자는 하루 평균 80g, 여자는 40g 이상의 알콜을 3년 이상 마신 경우)



<업무상 재해 불인정>

·개인적 이유로 인한 상습적 과음 때문에 생긴 알콜성 간질환

·약 또는 검증되지 안은 물질(건강식품 등)에 의한 감염

·과체중, 당뇨병 등 합병증으로 생긴 지방간, 지방간염, 간경변증

·유전성 간질환과 혈관질환에 의한 간질환

·췌장암, 담도결석, 담도암, 간내 결석 등으로 생긴 간질환·심장질환, 폐질환, 위장관질환, 혈액질환에 의한 간질환. 다른 장기의 악성종양이 간에 전이된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