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의 ‘대가성 기사’ 작성 사실이 드러나면서 언론계 내부의 자성 목소리가 높다. 이는 땅바닥에 떨어진 기자 윤리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있다.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들에게 이번 사건의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책은 무엇인지 등을 들어봤다.
■ 원인
대부분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들은 윤태식 게이트에 언론인들이 연루된 데 대해 경제부 기자의 주식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윤리강령을 언급하면서, 무엇보다 기자 개인의 윤리의식 부재와 도덕 불감증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최홍운 대한매일 편집국장은 “기자들이 직업의식에 투철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으며 변용식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문제, 개인의 책임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기 한겨레 편집국장 역시 “기자 정신에 투철하지 못했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원길 SBS 보도국장은 “개인적인 윤리의식이나 기자 소양이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사회적으로 만연된 윤리의식 저하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지적이다. 박명훈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사회전반의 윤리의식이 저하되고, 소위 물질 만능주의가 심화되는 양상 아래서 어느 집단보다 도덕적으로 엄격해야 할 기자들이 자기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희조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기자 개인의 양식이 문제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것을 용납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영섭 연합뉴스 편집국장도 “벤처붐을 타고 사회전반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도 배경”이라고 말했다.
김형철 한국경제 편집국장은 “사업부문이나 광고사업을 강조하는 언론사의 경우 기자들의 입장에선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다보니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택곤 MBC 보도국장은 “대가성이라고 보기보다 관례라고 보기 때문에 이번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윤리 강령 등 보완 필요성
편집, 보도국장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선 제도 보완보다는 철저한 기자정신, 윤리의식 재무장이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용정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강령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주식 띄우기 위해 기사를 쓰는 행위는 회사 차원 뿐 아니라 기자 스스로 (회사를) 그만둬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변용식조선일보 편집국장도 “관련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개인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게 문제”라며 “기자들이 보다 철저한 윤리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규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윤리강령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문제가 해결된다. 실천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조상기 한겨레 편집국장도 “제도보다 의식의 문제”라며 “일차적으로 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택곤 MBC 보도국장은 “사문화된 방송강령을 부활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실천”이라면서 자사의 방송강령세칙개선 위원회 설치 사실을 소개했다. 우원길 SBS 보도국장 역시 “윤리강령, 법 등을 지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라며 “각 언론사에서 기강을 바로잡고 윤리의식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최희조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윤리 강령 보완과 관련, “구성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만들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윤리의식 제고 방안
기자들의 윤리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박명훈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수습기자 선발 때부터 기자 정신, 직업윤리를 검증하고 부단한 교육을 통해 스스로 자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홍운 대한매일 편집국장은 기자의 직업의식 제고와 함께 경영진의 자세 전환도 주문했다. 즉, “기자들의 직무와 관련된 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취재할 때 향응을 제공받는 등의 관행을 개선토록 해야 한다”는 것. 장영섭 연합뉴스 편집국장은 “기자 스스로 건전한 양식을 갖도록 노력하고 언론계 전반이 풍토개선을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매체 비평지의 감시활동 강화도 한 방안으로 꼽았다.
■ 처벌의 강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박명훈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수십년간 쌓아온 회사, 언론계, 기자들의 이미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일이니 만큼 처벌도 엄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철 한국경제 편집국장은 “추상적인 윤리규정을 구체화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엔 회사차원에서 바로 인사 조치하는 등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