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지난 18일부터 민주당 경선 주자들에 대한 TV토론에 들어간데 이어 MBC도 21일부터 7일간 릴레이 토론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선 TV토론’의 막이 올랐다. 이에 따라 대선 주자들도 각각 ‘TV토론 대책반’을 구성하는 한편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연습하고 스튜디오를 빌려 모의토론을 실시하는 등 ‘사활’을 건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디어 정치 본격화
SBS는 18일부터 7주간 매주 ‘토론공방’(금요일 밤 11시45분∼12시45분) 시간에 후보자들을 ‘가나다’ 순으로 한 명씩 불러 1시간 동안 ‘2002년 경선 주자 릴레이 토론’을 실시한다. 먼저 후보 이력에 대한 사전 제작물을 3분간 방영한 후 3명의 패널들이 대통령으로 나선 이유와 정책, 비전, 이념 등 15개 안팎의 질문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선택2002, 예비후보에게 듣는다’(낮 12시5분∼1시55분)라는 제목으로 21일부터 29일까지(토·일요일 제외) 예비 후보 7명을 차례로 초청해 110분간 방송하는 MBC는 각계 인사 8명으로 구성된 패널들이 4명씩 번갈아 가며 30개 안팎의 질문을 하고 있다. MBC는 특히 잡음을 없애기 위해 후보자 토론 순서를 추첨을 통해 결정했으며, 고려대 김일수 법학과 교수 등 각계 인사 5명으로 토론 자문위원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MBC와 SBS는 이외에도 후보진영에 의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방청객 질문과 전화 질문을 일체 받지 않기로 했으며, 질문내용도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해 방송 1∼2시간 전에 패널과 제작진이 협의해 최종적으로 마련하기로 하는 등 ‘공정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편 KBS는 한나라당 경선 일정이 확정되는 3월경 각 당 후보에 대한 TV토론을 방영한다는 계획이며, MBC와 SBS는 한나라당과 자민련 후보들의 당내 경선 일정이 확정되면 2차 토론회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TV토론에 승부수
이같이 각 방송사가 TV토론 일정을 잡음에 따라 대선 주자들도 TV토론을 대선을 향한 ‘1차 관문’으로 여기고 치열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표정과 몸짓, 화장,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것부터 실제 스튜디오를 빌리고 패널을 구해 모의 토론을 하는 것까지 그야말로 TV토론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TV토론에 가장 자신감을 보이는 후보는 이인제 고문. 지난 97년 대선 과정에서 TV토론 후 지지도가 수직 상승했던 이 고문은 현재 경선 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지지도를 얻고 있는 여세를 몰아 이번 TV토론에서도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무현 고문의 경우는 TV토론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판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노 고문은 주말에는 영등포 모 케이블TV 스튜디오를 빌려 TV토론 모의연습을 하고 평일에는 사무실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하고 연습하는 등 상당 시간을 TV토론 준비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 고문과 김중권 고문도 각계 전문가 10여명으로 TV토론 대책팀을 구성하고 연설과 토론기법을 배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각계 전문가 8명으로 TV토론 대책팀을 구성한 한화갑 고문도 지난 5일 심야토론에 출연했을 때 정범구 의원을 사회자로 불러 모의토론을 하는 등 이미지 메이킹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방송기자 출신인 정동영 고문은 TV토론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에 있다는 평이지만 각계 전문가들과 분야별 정책 공부를 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유종근 전북지사도 MBC 보도본부장 출신 이상렬 씨를 영입하는 등 TV토론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같이 각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TV토론을 편성하고 여기에 대선 주자들이 승부수를 거는 이유는 과거의 거리유세 같은 방식보다 TV를 통해 유권자인 시청자들을 직접 만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앞으로 TV토론의 영향력과 중요성은 갈수록 더 심화될 것”이라며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데 TV토론이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고 공정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