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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간섭·압력 용납 않겠다"

<인터뷰>김서웅 서울경제 사장

박주선 기자  2002.0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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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는 물론 일반 사원들도 앞으로 어떤 외부 압력이나 부당한 내부간섭 때문에 직무수행에 방해받는 것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

‘윤태식 게이트’로 물러난 김영렬 전 서울경제 사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김서웅 신임 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취임사를 시작한 김 사장은 “하루하루를 사장직을 거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취임 나흘째인 지난 18일 김 사장을 만나 현 사태에 대한 입장과 수습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패스21 사건으로 김영렬 전 사장이 소환되고 편집국 최 전 부장이 구속됐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나.

“있어서는 안될 일이 생겼다. 전 사장에게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부인이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문제가 생겨 남편에게 부탁을 한 것 같고, 개인적인 상황이 조직에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본다. 전직 간부사원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개입된 데 대해 안타깝고, 당시 부사장으로서 책임이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사장 재직 시절 사장 등 일부 간부들이 패스21과 관련된 사실을 몰랐나.

“김 전 사장이 패스21과 관계돼 있는 것은 알았지만 개인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다. 윤태식씨에 대해서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수지김 심층 보도를 하면서 인상이 좋지 않았고, 관련된 다른 기관에서 들려오는 얘기들도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감지는 했지만 사장에게 직접 얘기할 상황은 아니었다.”

-패스21 관련 기사가 사설, 1면 머릿기사 등으로 주요하게 보도됐었는데, 당시 특정업체 기사가 비중있게 처리된 데 대해 문제의식은 없었나.

“당시 편집인이었지만 편집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우리 회사는 편집인이 편집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게 전통이다. 또 내 주된 업무는 편집보다는 지방 판매조직의 기반마련과 골프매거진 발간이었다. 주위에서 패스21 보도에 대해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기도 했지만 자세한 원인을 조사하려 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벤처 바람이 불었고, 모두가 들떠 있던 상황이라 뉴스 비중을 현재 기준으로 봐서는 안된다. 당시 지문인식 기술은 사업 활용 가능성도 있었다.”

-김영렬 전 사장의 주식 매각 과정에서 이모 편집국장이 증권사 직원에게 강압을 행사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는데, 진상조사는 했나.

“내가직접 조사했다. 김 전 사장이 부인 사업 때문에 재정난에 몰리니까 증권부장 출신인 국장을 불러서 혹시 S증권에 아는 사람 있느냐고 물었다. 주식을 안 팔면 부도가 날 수 있다면서 사정을 하니 이 국장이 알고 지내던 S증권(당시 패스21의 주간사) 홍보이사를 중개해 준 것이다. 하지만 이 국장은 혜택을 받은 것도 없고 정황상 강압을 행사한 것도 아니라고 본다. 증권사 홍보이사가 주식 거래에서 무슨 권한이 있었겠으며, 증권사 내에서 주식매매를 위한 자체평가심사위원단이 있고 이들에게 책임이 뒤따르는데 강압이 통할 리도 없다. 패스21 문제를 회사의 조직적 개입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마녀사냥식’ 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김 전 사장의 패스21 연루설이 제기된 지 한 달여만인 지난 14일에 대표이사가 교체되고, 17일자에 사과문을 게재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전 사장이 윤태식 게이트에 본인이 거론됐으면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사의표명을 하는 게 도리가 아니었을까 한다. 간접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전달됐으리라 생각하는데 다소 늦은 감이 있었던 것 같다.

회사 입장 표명은 사장이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는 날 할 수는 없었다. 검찰 조사결과를 봐야 사과의 농도도 정해질 것이 아니겠느냐. 16일 오전 11시에 참고인 조사 결과에 대한 검찰 브리핑을 보고 바로 사과문 작성을 했다. 법적 문제를 차치하고 언론윤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한 것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은.

“먼저 내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취임사에서 공식 선언을 했다. 기자들도 자발적으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자정선언, 윤리강령을 준비하고 있다. 대책위가 준비하는 안을 바탕으로 재발방지책을 만들 것이고, 제도적 정착을 위해 사규에 반영하는 것도 적극 권장하겠다.”

-현행 윤리강령은 처벌 규정이 미약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처벌규정 강화 계획은.

“신문윤리강령과 사회 정의에 맞춰서 윤리강령을 제도화하고 위반시 제재장치를 강화하려 한다. 이에 앞서 CEO부터 솔선수범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취임사에서 약속했듯이 하루하루를 사장직을 거는 각오로 직무에 임할 것이다.”

-김 전 사장이 패스21 주식을 가졌더라도 편집권 독립이 보장됐으면 홍보성 기사가 많이 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편집권 독립에 대한 입장은.

“외부 압력이나내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집필을 보호하는데 나의 1차 소임이 있다. 국민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꼭 보도해야할 것은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겠다. 그렇다고 맹목적 비판만 좋은 것은 아니다. 국민이 관심있는 사안인데 누가 부탁했기 때문에 보도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다. 국민의 알권리가 기사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 이를 저버리는 것은 언론윤리의 문제이기 전에 회사 이익에도 위배된다. 독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장으로서 추구하는 서경의 지향점은.

“서민생활, 증권정보, 부동산 정보 등 경제정보를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신문을 지향한다. 전체적인 색깔이 품위있고 내용있는 신문이었으면 한다. 정론을 표방하고, 신문 부수가 많기보다는 고급 독자가 찾을 수 있는 신문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18일 사장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이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는 보도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뛰었나, 취재원으로부터 접대받는 데 무뎌진 것은 아닌가하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우리부터 반성하자는 얘기를 했다. 기자들의 자정 의지를 보면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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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웅 사장은 65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한국일보 경제부장, 서울경제 편집국장, 편집담당 이사, 한국일보 편집국장 겸 이사, 논설위원실장을 거쳤으며, 98년부터 서울경제 부사장을 역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