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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윤리, 뒤로는 광고"

흔들리는 기자윤리<2> 강령-현실 괴리 줄이자

김상철 기자  2002.0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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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령 뒷받침하는 ‘회사 지원’ 절실





윤리강령 제·개정 등 최근의 자정 노력과 관련 일각에서는 또하나의 ‘이벤트’로 전락해 선언에 그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강령과 현실의 괴리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 간극을 메우는 필요조건 중 하나는 회사의 제도적 지원이다.

대구MBC는 93년 제정한 윤리강령이 충실하게 지켜지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후보가 부산, 대구 등에서 거액의 촌지를 뿌린 사실이 공개되면서 자정노력의 불을 당겼다. 대구MBC 기자들은 다음해 ‘취재와 관련한 일체의 금품을 받지 않는다’, ‘교육, 연수, 해외취재 등은 회사 자체 경비로 해결한다’는 윤리강령을 채택했다. 기자들은 또 IMF 전후 회사와 지원책 현실화를 모색해 교통비, 식대, 해외취재 시 항공료, 숙박비 등을 실비 정산 체제로 전환했다.

이같은 조치는 법인카드 지급 등 대대적인 지원책에 비하면 ‘소박한’ 내용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회사 지원’과 ‘기자들의 의지’가 맞물리면서 윤리강령은 자리를 잡아나갔다. 기자들은 취재 관련 간담회 이외의 자리에는 참석을 자제했고, 이후 윤리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보도국의 김세화 차장은 “회사 지원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강령은 지켜질 수 없다”며 “10여년간 우리 사안은 자체 해결한다는 원칙을 지켜오면서 자정 풍토가 확립됐다”고 설명했다.

생존이나 안정을 명분으로 한 경영논리의 ‘공세’도 강령과 현실의 괴리를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례로 한 신문사의 경우 광고국장이 정례적으로 업체별 광고 수주 목표량을 편집국에 브리핑한다. 자연스레 기자들에게 할당량이 떨어지는 셈이다. 비일비재한 광고 특집, 협찬 등이 여기서 비롯된다. 한 전직 경제지 기자는 이같은 양상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통상 연말에 다음해 사업 아이템을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부서장이 기자들의 정보를 취합해 관련기사 게재, 광고 수주, 협찬 기획 등을 잡게 된다.”

한 신문사 경제부의 9년차 기자는 “저녁 술자리나 골프 동행 등을 받지 못하면 마치 출입처 관리를 게을리 했거나 일을 못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패스21 보도와 관련, 경영과 편집이 분리돼 있었다면 기사를 통한 노골적인 홍보 양상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제기된 바 있다. 윤리문제와 편집권 독립이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모두 ‘기자됨’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신문제작은 사원이나 주주가 아닌, 기자가 하는 것’이라는 당연한 명제로 이어진다. ‘윤리의식 제고’와 ‘윤리의식 제고 시스템’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