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과 한국 월드컵조직위원회가 2002 월드컵 취재 ID카드 배분 과정에서 지방신문사 사진기자들의 몫을 전혀 배정하지 않아 반발을 사고 있다. FIFA와 한국 월드컵조직위는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사진기자의 경우 70장의 ID카드를 배정했으며 이 가운데 연합뉴스에 20명을 할애했다. 일본의 경우 사진기자에게 100장의 ID카드가 배정됐다.
연합뉴스를 제외한 ID카드 50장은 서울지역 10개 일간지 20명, 5개 스포츠신문 15명, 경제지 및 영자지 8개사 2명, 6개 축구잡지 4명 등으로 배정됐다. 이밖에 시사주간지, 잡지, 스포츠코리아(사진 에이전시), 대한축구협회 및 월드컵조직위 등 5개 정부기관에 각 1장씩을 배분했다. 축구협회는 이같은 내용의 사진취재 신청 요강을 지난 18일경 해당 언론사에만 통보하며 31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토록 했다. 축구협회는 신청 요강에서 “지방언론은 사진기자 할당 없이 연합뉴스 사진을 받도록 FIFA가 결정했으며 연합뉴스 할당도 FIFA와 월드컵조직위가 최종 합의한 숫자이므로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행 배분안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인천, 수원, 대전, 전주, 광주, 대구, 울산, 부산, 서귀포 등 9개 지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 취재가 해당 지역 언론에게는 봉쇄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언론사에서는 “지방이 취재에서 일제히 제외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에 가입된 29개 지방사진기자회(회장 김기성 인천일보 사진부장)는 21일~28일 축구협회, 월드컵조직위를 방문하고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 면담을 신청하는 등 ID카드 배정안 재조정을 요구했다. 최소한 지방신문사에 9장의 ID카드를 배정, 지역 경기장 별로 1명의 풀기자는 취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기성 인천일보 사진부장은 “지방언론은 이전부터 월드컵 분위기 조성에 나름의 역량을 기울여왔고 각 사별로 1000만원대의 촬영장비를 새로 구입하는 등 투자 노력도 해왔다”면서 “지방사엔 별도 통보조차 없이 취재에서 제외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 등 대규모 대회에서 사전에 사진기자협회와 의견을 조율해 취재진을 배분했던 전례에 비추어서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한편 지방사들의 반발로 축구협회는 조만간 사진기자 재조정 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송기룡 축구협회 홍보부 차장은 29일 “ID카드 배분에 대한 지방사들의 입장을 정몽준 회장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정식 등록 시한은 조정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며 재논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