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매거진 2580이 가요 프로그램 PD와 스포츠지 기자들이 가수와 기획사로부터 ‘PR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온 사실을 폭로하자 PD들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또 대중음악개혁포럼 등 시민단체도 자체적으로 조사한 가요계의 음성적인 홍보비 관행을 폭로한다는 계획이어서 앞으로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580은 지난 27일 ‘인기와 PR비’ 편에서 실제 방송에 내보내주는 조건으로 ‘PR비’를 제공한 적인 있는 가수와 음반 기획사 관계자 5명에 대한 인터뷰를 그대로 내보냈다.
이날 방송에 나온 가수 ‘시후’씨는 “2년 전 4집 앨범을 냈을 때 라디오와 TV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이른바 PR비를 사용했다”며 “보통 PR비로는 라디오 6000만원, TV 6000만원이 들고 케이블TV와 신문 지면을 포함하면 1억50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 방송에 나온 모 기획사 사장은 “방송 책임자에게 3000만원을 준 후 방송 스케쥴을 잡았다”고 증언했고, 또 다른 기획사 사장은 “PD들한테 차 키를 받아 촌지가 든 쇼핑백을 조수석에 놓고 나왔던 적이 있다”며 “꼭 이렇게 음악을 해야 하나 처참한 기분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또 “최근 들어 촌지의 형태가 단발성인 현금에서 해당 연예기획사의 주식으로 바뀌는 추세”라는 기획사 사장의 증언과 “스포츠신문은 PR전이 시작되는 격전장”이라는 증언도 잇따랐다.
그러나 이같은 방송이 나가자 PD 연합회(회장 장기랑)는 29일 KBS, MBC, SBS, EBS 등 방송4사 PD협회장이 회의를 갖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기랑 PD연합회장은 “2580에서 제시된 내용이 객관성이 없고 구체적으로 사실을 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일반 시청자는 예능PD 또는 가요 담당 PD의 구분 없이 모든 PD들의 문제로 오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PD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음악팬들의 연합모임인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과 음악현장종사자들의 모임인 ‘대중음악개혁포럼’이 법률적인 검토가 끝나는 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자체적으로 조사한 가요계의 PR비 관행을 폭로한다는 방침이어서 파문은 확산될 전망이다.
대중음악개혁포럼은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기획사, 가수,공연기획자, 평론가 등을 통해 PR비 실체에 대해 인터뷰 해왔으며 이중 대다수가 이러한 비용이 실제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며 “기획사, 가수, 방송언론의 커넥션이 점차 공고해지고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