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박지원 장관이 스크린쿼터 보도 불방요구'

MBC노조 강력 비난···제2건국위선 KBS앵커 YTN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이경숙  2000.11.02 00:00:00

기사프린트

방송을 정권의 전유물로 인식하는 구태의 징후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또다시 뉴스보도에 영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제2건국위원회는 KBS 9시뉴스 앵커를 타방송사RK 중계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세워 물의를 빚었다.



MBC 노조(위원장 박영춘)는 25일자 노보특보를 통해 "회사가 24일 오후 박지원 장관의 전화를 받고 시민단체와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시위' 관련리포트를 뉴스데스크에서 뺀 것이 확인됐다"며 "여권의 비상식적 외압이 MBC의 공정성을 끝없이 추락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박 장관이 전화해 "스크린쿼터 리포트가 나갈 경우 문화관광부의 입장이 곤혹스럽게 된다", "공적 기여금 문제에 대해 MBC에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리포트 불방에 항의하는 취재기자에게 회사측이 "공적 기여금과 예산권 박탈문제 등 방송법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문화관광부에 껄끄러운 기사는 다루지 말자"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당초 이 기사는 영화인, 시민들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발이 거세지자 "스크린쿼터 지키나? 마나?"란 제목의 1분40초짜리 집중취재 아이템으로 준비됐다.



이에 대해 엄기영 보도국장은 통화내용이 와전된 듯하다고 말했다. 엄 국장은 "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공적기여금, 예산권 문제는 MBC가 예민하게 나오게 되는 대목'이라고 말하고 부탁을 좀 했다"며 "박 장관과 스크린쿼터제와 관련해 통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장관도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전화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KBS 노조(위원장 현상윤)는 23일 성명을 내 KBS가 9시뉴스 여자앵커를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YTN이 중계한 '대통령과 신지식인과의 대화' 사회자로 내보낸 처사를 비난했다. 노조는 "뉴스를 통해 권력에 견제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앵커가 정치권력의 요구에 의해 공손한 사회자로 나서는 일은 공영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간판앵커를 타방송사 프로그램에 장시간 출연케한 데 분노를 표시했다. 노조는 "제2건국위가 17일 아나운서실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에 책임간부 문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2일 MBC 노조는 옷 로비의혹 파문 와중에한·몽골정상회담의 성과를 머릿기사로 올린 데 대해 외압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때 방송사의 한 고위간부는 "문화관광부 장관과 청와대 대변인이 방송사 보도책임자들에게 수차례 전화해 '외교 성과를 부각시켜달라'고 요청했다"고 기자협회보에 증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