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의 발단이 된 ‘보물선 발굴사업’에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개입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가운데 보물발굴 사업자인 오세천씨가 몇몇 언론사에 제보를 대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자들에 따르면, 오씨는 경향신문, KBS, SBS 등에 제보나 인터뷰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 지난 21일 이 전 전무 연루 사실을 특종 보도한 SBS의 경우 오씨는 취재과정에서 SBS 기자에게 “나도 딸린 식구가 있다. 지분계약서 보다 더 큰 게 있다”며 2억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도식 사회부 기자는 “오씨가 지칭한 큰 건은 이 전 전무의 은행대출 압력 건이었는데 당시 이미 취재가 어느 정도 된 사안이었다”며 “오씨는 ‘당신들이 모르는 게 더 있다’고 돈을 요구했지만 터무니없는 요구라고 일축했다”고 말했다.
SBS는 이번 특종과 관련 지분계약서 입수 전에 이미 문건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관련자들을 확인 취재해 최종적으로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이에 앞서 경향신문에도 제보를 대가로 2억원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제보를 입수해 이 사안을 취재해 온 경향신문은 올 1월 지분계약서 확인을 위해 오씨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
오씨는 경향신문 기자에게 “증거가 없기 때문에 기사를 못쓰는 것 아니냐, 내가 물증을 가지고 있다. 2억원을 주면 더 확실한 걸 주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사회부 기자는 “오씨가 더 큰 게 있다며 거금을 요구하고 나서 신뢰할 수 없었다”며 “먼저 이 전 전무의 대출압력 의혹을 밝혀내고 그 다음에 지분계약서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씨의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씨는 SBS에서 첫 보도가 나가고 특검 소환조사를 앞둔 시점에서 인터뷰를 요청한 KBS에도 또다시 현금을 요구했다. 장기철 법조팀장은 “오씨가 특검에 불려가기 직전 새벽에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막무가내로 ‘내용이 알고 싶으면 1000만원을 달라’고 해서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